서울시醫 최주현 이사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 원한다면 속도 조절 필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한 예비급여 제도가 실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의사회 최주현 이사

서울시의사회 최주현 홍보이사는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에서 “예비급여제도는 기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면서 생기는 보험 재정 문제를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활용해 돌파하겠다는 보건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예비급여 제도가 과연 공공의 이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 이사는 “OECD에서 말하는 보장성과 국내에서 언급하는 보장성의 개념은 상이하다”면서 “OECD의 보장성이 전체 의료재원 가운데 국가 기여도를 따지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보장성의 개념은 총 의료비 지출 가운데 환자의 본인부담금의 정도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예비급여 제도가 확대될 경우 제도 도입 이전에 불명확하게 추산되던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으로 잡히면서 보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의료 관리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본인부담금 지출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포함되는 부분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성은 본인부담금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돼 결과적으로 대단히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

최 이사는 “이 경우 70%를 넘지 못했던 보장성 수치는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면서 “이러한 결과로 인해 예비급여 항목들의 급여화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비급여의 급여화, 예비급여의 실제급여화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급격히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이후 재정 건전성 문제가 주된 사회적 의제로 격상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료 건수의 제한 등이 이뤄질 수 있는데 진료 횟수나 급여 빈도 제한으로 인해 의료계는 소위 삭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 피해는 즉각적인 진료나 처방을 원하는 환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결국 문재인 케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제도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의 생각이다.

최 이사는 “단순히 비급여의 급여화가 목표라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목표라면 물음표”라며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원한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이어 “공공의 이익이 목표라면 지금이라도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진료 건수 제한에 대한 사회적 숙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문재인 케어의 실제 목표와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 공급자와 가입자를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 향후 보험료 인상이나 지불제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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