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일회용·재사용 의료용품 분류기준 모호…적절한 보상책 선행돼야”

국회가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 금지를 추진하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지난달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의료기기 등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감염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의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과 같이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요도삽입관, 레이저 시술용 바늘 등과 같은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 문제가 지적됐다”면서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만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해 환자의 안전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법안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감염관리의 책임을 일선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며 “협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현 의료법은 일회용 주사 관련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자격정지나 면허 취소 등의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올해 정부가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의료감염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는 등 의료관련감염과 관련한 규제가 계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 및 처리에 적절한 수가 책정과 보상이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구체적 재원마련이 제시되지 않은 이번 개정안은 또 다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감염의 모든 원인이 의료용품 재사용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 금지는 소독 또는 멸균처리 후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용품의 사용까지 위축시켜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 촉진을 장려하는 기존 정책과도 상충된다”며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전체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소모품의 경우 일회용과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이 혼재돼 현재 사용되고 있다”면서 “일률적으로 모든 일회용 의료기구에 대한 재사용 금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 금지를 추진하려면 적절한 보상책 마련과 일회용 의료용품의 명확한 개념 정립 및 범주 설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정 대변인은 “만약 개정안과 같이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의료용품 전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및 기금마련 등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또 “일회용 의료용품의 명확한 개념 정립과 범주 설정, 각과에서 사용하는 의료용품 중 일회용 의료용품과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의 분류기준 마련돼 한다”면서 “의료기술의 변화와 신의료기술 개발에 따른 신규 의료용품에 대한 분류체계 등의 면밀한 검토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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