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기기 절차 대폭 간소화에도 '허가 메뉴얼 개편부터' 지적

의료기기 산업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표 후 의료기기업계가 고무된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홍보성 발표가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술 혁신포럼에 참석해 의료기기 산업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혁신 내용 중 특히 주목을 받은 부분은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의료기기)의 '선 진입 후 평가제(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되는 등 의료기기 인·허가와 관련한 규제를 대폭 개편하겠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의료기기업계 특히 체외진단기기 관련 기업들은 제품 출시 과정에서 업체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로 지적됐던 신의료기술평가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간소화 계획(사후평가로 변경)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료기기협회와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의료기기협회는 "정부의 지속적인 의료기기 규제 개선을 위한 그간의 소통 노력과 실제적인 규제 혁신안에 감사하며, 의료기기산업 진흥에 대한 정부 의지에 고무됐다"며 "업계의 숙원이었던 의료기기의 '선 시장 진입 이후 평가'로 신의료기술평가 방식의 방향 전환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부적인 기준·체계 마련에 있어서 협회 등과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의료기기산업은 혁신산업으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 큰 산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하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면서 세계 의료기기 7대 강국 진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기조합도 “규제 혁파의 첫 시작을 의료기기 분야에서 찾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할 의지가 있었단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점진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의료기기부터 선 시장진입 사후 평가를 하도록 한 점 그리고 이러한 사항들이 명문화되고 규정화시키려 한 부분은 앞으로 규제 개선과 의료기기 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의료기기 규제 혁신은 이제 시작됐다. 그동안 각 부처별로 의료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오늘이야말로 ‘첫 스타트’를 했다. 이 아름다운 시작을 아름다운 끝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부, 산업계, 병원,연구계 등 모든 분야에서 규제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발표에 대해 분석을 마친 업체들 중에선 "기대 이하"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A체외진단기기업체 관계자는 "절차 간소화로 출시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은 수익창출이 시급한 신생업체들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역사가 긴 업체들은 외부의 시선과 달리 이번 발표가 회사 운영에 큰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가 업계의 애로점을 해결했다기보단 정책홍보에 좋은 아이템이었다는 냉담한 평가도 뒤따랐다.

B체외진단기기업체 관계자는 "대통령 발표 이후 회사에선 정책 영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출시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회사에 더욱 중요한 것은 허가나 심사에 대한 정부의 매뉴얼 개편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허가 및 광고심의 등의 업무가 최근 기술과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예전 매뉴얼로 평가를 하고 담당자마다 평가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등 융통성이 없다는 게 회사 허가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이었다"고 지적했다.

C체외진단기기 업체 관계자도 "연속혈당측정기와 같이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유용한 제품들이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번 규제 개편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회사 입장에선 사실 큰 파장이 있을 거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