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주년 토론회서 성과 위주·획일화된 센터 운영 등 지적 잇따라
전문가들 "안심센터-지역의료기관 연계 중요"…복지부 "조기검진 아직 필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인 ‘치매안심센터’. 정부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매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해 나간다는 명목으로 전국 250여곳의 보건소에서 센터를 운영토록 했지만 오히려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안심센터들이 조기검진 실적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검사를 진행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화 된 운영을 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치매안심센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치매안심센터 추진, 너무 빠르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1년간 치매안심센터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발표한 강서구 치매안심센터 정지향 센터장(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매안심센터 운영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국가책임제 전에도 서울시 강서구에서 치매지원센터를 10년간 운영한 정 센터장은 치매지원센터 10년과 치매안심센터 1년을 비교하며, 치매지원센터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을 시작할 때 여러기관의 지원을 받아 경쟁을 통해 운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치매관리 능력이 있었지만 치매안심센터는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조기검진 ▲치매 진단 ▲급여화 된 신경인지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증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조기검진을 하는 것보다는 경도인지장애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치매예방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하며, 치매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의가 있는 협력병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무증상 고령인구에 대한 무작위 검진보다는 안심센터를 찾아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위주로 검진해야 한다”며 “또한 전문성 향상을 위해 신경과나 정신과 전문의를 부센터장으로 임명해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치매안심센터는 의사들이 이끌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의사의 역할이 적어지면 일반기관과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가장 큰 불만, 성과 위한 ‘조기검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협력의사로 활동하는 있는 신경과 의사들과 지역 치매안심센터장들이 직접 참석해 현장에서 느끼는 불만을 가감없이 밝히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의료원 신경과 박환석 과장(지역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은 “정부 지침과 협약에 따라 치매안심센터가 일정한 조기검진을 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협력병원에 ‘지침에 따른 조기검진을 해야 협력병원을 유지하겠다’는 말까지 한다. 갑과 을이 바뀌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서귀포에서는 조기검진 실적을 위해 밭에서 일하는 분들을 모셔와 검사하고 다시 모셔다 드리는 일까지 있다”며 “치매안심센터 운영을 지역 특성에 맞게 했으면 한다. 환자들의 복약순응도 등을 높이기 위해 거주지 근처 병의원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남 합천병원 신경과 김진태 과장(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는 “처음 제도를 만들 때는 지역 의료기관, 요양시설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준비가 안돼 있다”며 “지방 시군은 환자들이 흩어져 살기 때문에 1:1 검사가 쉽지 않다. 조기검진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시골지역은 치매안심센터도 중요하지만 환자 이송을 위한 가족모임 등이 중요하다”며 “지금 치매안심센터는 너무 조기검진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다. 요양기관과의 연계, 사례관리도 부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북구 치매안심센터 박건우 센터장(고대안암병원)은 “조기검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치매안심센터와 정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전국 치매안심센터가 조기검진을 ‘측정해야 할 성과’로 보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일단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지역 내 신경과, 정신과 의사들 자신들 입으로 치매안심센터를 홍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강북구에서 치매지원센터부터 치매 관련 사업을 10년 했는데 아직도 동네의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은평구 치매안심센터 송은향 센터장(서울시립 서북병원)은 “치매지원센터부터 10년 경험을 바탕으로 동별 현황을 살펴보니, 경제 상황이 열악한 동은 치매가 진행된 후에 센터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특히 치매안심센터는 해당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 치매안심센터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을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이동우 센터장(인제대 상계백병원)은 “처음 치매안심센터 모형을 만들 때만해도 서울시에서 했던 것처럼 치매안심센터 안에서 조기검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공공의료가 치매분야에서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민간기관이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사례관리”라며 “현재 치매안심센터 직원을 25명까지 채용할 수 있는데, 몇년 지나면 사례관리만으로도 센터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치매안심센터, 민간이 못하는 부분 특화해야”

한편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조충현 과장은 치매안심센터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에 특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치매안심센터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잘해야 하는 부분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관내 각종 자원을 잘 연계하고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집중 비판을 받은 치매안심센터의 조기검진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월말 현재 치매안심센터의 조기검진 건수는 약 9,600건인데, 그 중 약 7,000건이 서울시내 25개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2,800여건을 지방 230곳에서 나눠했는데, 이마저도 경기도 남양주, 안산 단원구, 수원 중원구 등에서 100건 넘게 하는 등 아직 많은 지역은 조기검진 건수가 10건 이하기 때문에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조 과장은 “치매환자 복약관리 등 핵심은 의사가 돼야 하고 때문에 관내 의료기관 참여가 필수”라며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아직도 보건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히 많고 극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의료기관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치매관리 모형을 제대로 만들고 관리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 치매사업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드는 사업은 아니다”라며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 의료기관과 협업할 수 있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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