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회, 경찰-복지부 공동 ‘응급실 폭력 대응 매뉴얼’ 제작 제안

술에 취한 사람들로 인한 응급실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자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월 29일 전북 전주에 이어 31일 경북 구미차병원 응급실에서도 주취자에 의한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응급의료계는 분노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514명, 전공의 375명, 간호사 632명, 응급구조사 119명 등 총 1,64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답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관련기사: 응급실이 불안한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67%가 폭행 경험).

대한응급의학회는 구미차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며 이번 기회에 주취자에 의한 폭행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응급구조사는 물론, 응급환자의 안전에도 위협이 되는 문제라는 게 학회 측 지적이다.

“응급실 폭행 대응 매뉴얼 만들자”

주취자가 휘든 철제트레이에 맞은 의사가 흘린 피로 물든 응급실 간호사 스테이션(사진제공: 대한의사협회).

응급실 폭행 사건 대책 중 하나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경찰과 의료기관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응급의학회 홍은석 이사장(울산대병원)은 “국회에 응급실 폭행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현재 처벌 규정도 약한 것은 아니다. 법이 없어서 폭행 사건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이번 기회에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응급의학회가 함께 주취자나 폭력적인 환자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주취자에 관대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주취자 문제는 응급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응급실뿐만 아니라 경찰서 등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주취자 문제에 대해 가중처벌해야 한다”며 “응급실은 공공장소이며 환자 중에서도 응급한 환자들이 오는 곳이라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인제대 서울백병원)는 “일선 지구대 경찰들이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경찰용과 의료기관용 매뉴얼을 제작해 폭력 상황에 적극적이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폭행 당하는 의료진, 환자안전도 보장 안돼”

응급실 폭행 문제를 환자안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이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피를 흘리게 되는 상황에서는 환자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며 “환자안전법에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체계를 만들어 놨는데 응급실 폭행 사건도 보고체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현재 응급실 내 폭언, 폭력 사건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통계도 없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보고시스템도 없다.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며 “5년마다 수립하는 응급의료기본계획에 응급실 폭행 사건 근절 방안도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주취자관리료 신설에 대해 정부나 시민단체는 부정적인데, 대형병원은 여력이 있지만 중소 규모 대학병원 응급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전요원을 둘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폭행 사건이 공론화될 때만 관심을 갖지 말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입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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