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스피탈리스트 성주환씨가 전한 ‘호스피탈리스트 생활’

한국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입원전담전문의)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선호하는 직종으로 꼽힌다. 현재 의사 5만여명이 호스피탈리스트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 형태도 다양하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종합병원인 Medstar Southern Maryland Hospital에서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성주환 씨가 전한 미국의 상황이다.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성 씨는 병원에 펠로우로 남기보다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미국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성 씨는 지난 10일 강남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가 주최한 의학지식특강에서 연자로 나서 미국 호스피탈리스트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만 보는 ‘논티칭(Nonteaching)’ 호스피탈리스트와 전공의 수련 교육을 담당하는 ‘티칭(Teaching)’ 호스피탈리스트로 나뉜다. 티칭보다는 논티칭 호스피탈리스트가 더 많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종합병원인 Medstar Southern Maryland Hospital에서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성주환 씨는 지난 10일 강남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가 주최한 의학지식특강에서 연자로 나서 미국 호스피탈리스트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임상만 하는 논티칭(Nonteaching) 호스피탈리스트

논티칭 호스피탈리스트는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2시간씩 7일간 근무한 뒤 7일간 쉬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근무하는 주에는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나와야 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환자 진료기록을 검토한 후 오전 8시 담당 입원환자들을 회진한 후 오전 9시 30분에는 약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까지 함께 하는 ‘Interdisciplinary round’를 갖는다.

오후에는 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수가를 청구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논티칭 호스피탈리스트 1명이 담당하는 환자는 14~18명 정도다.

성씨는 “7일 근무, 7일 휴식 형태가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인력 공백 없이 전문의가 근무할 수 있어 병원 측에서도 선호한다”며 “의사 입장에서도 대학원을 다닌다든지 다른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의사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교육 담당하는 ‘티칭(Teaching)’ 호스피탈리스트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티칭 호스피탈리스트는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근무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며 주말에만 쉰다.

티칭 호스피탈리스트는 근무 시간 대부분을 전공의 수련교육에 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3시간 동안 전공의와 함께 회진한다. 중간에 Interdisciplinary round도 갖는다. 오후에는 전공의 교육이나 의대생 대상 강의를 한다.

티칭 호스피탈리스트 1명이 담당하는 의사는 15~20명 정도이며 병원 차원에서 전공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환자는 티칭팀으로 보낸다.

성씨는 “티칭팀은 전공의가 환자를 보고 호스피탈리스트는 그런 전공의를 관리·감독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며 “매주 출근하는 대신 논티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국 호스피탈리스트의 근무형태는 다양하다. 입원환자 회진 업무만 맡거나 환자 입원 결정만 전담하는 호스피탈리스트도 있다.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은 5일만 일하고 7일을 쉬는 조건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하기도 한다.

"미국에선 호스피탈리스트 인기…세부 분과 전문의 위주인 한국에선 글쎄"

성씨는 “미국도 야간 근무하는 의사를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호스피탈리스트와 계약할 때 1년에 6주 정도는 야간 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계약한다”며 “외국인 의사를 고용하거나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식으로 야간 근무 의사를 구하기도 한다. 야간 근무 의사의 연봉은 30만~40만 달러(3억4,000만~4억5,000만원)정도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메디케어 등에서 삭감된 비율에 따라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거나 재원일수 감소 등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는 의사보다 호스피탈리스트가 더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고도 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으로 인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화에 대한 필요성은 미국만큼 한국도 커지고 있지만 의료환경이 달라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성씨는 “미국은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입원환자 재원 일수 감소 등에 효과적인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에 적극적이었고 빠르게 정착했지만 한국은 그런 요구가 강한지 모르겠다”며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당시 미국에는 일반 내과가 있었지만 한국은 분과 전문의가 세분화돼 있다. 세부분과 전문의에게 진료받던 환자들이 일반 내과 전문의를 어떻게 대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는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다. 펠로우나 1차 진료를 하겠다는 의사보다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하는 의사가 더 늘고 있다”며 “미국 내 학회도 자리를 잡았으며 환자 치료 결과나 질 관리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호스피탈리스트도 많다. 학문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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