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수탁 제도 제네릭 난립 불러…"원가절감에 집착한 자충수" 지적도

제약업계 내에서 발암물질이 함유된 원료로 제조된 발사르탄 사태가 제약사들이 원가절감에만 목멘 결과라는 자숙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174개 발사르탄 제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발사르탄 성분 571개 제품 중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산 원료, 저렴한 가격에 무더기 수입

많은 사람들이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값싼 중국산 원료 사용을 꼽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원료를 가장 많이 수입해오는 국가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서 수입된 원료의약품 액수는 5억5,226만달러(한화 약6,237억7,767만원)로 전체 수입국가 중 1위다. 이는 원료의약품 전체 수입액의 약 25%를 차지한다.

중국산 원료약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값이 저렴한 제네릭의 특성상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모 원료회사 임원에 따르면, A 원료의약품의 경우 드럼 1개당 국내산이 약 40만원인 반면 중국산은 16만~18만원으로 2배 가량 차이를 보인다. 즉, 중국산 의약품을 많이 사용하면 생산원가가 저렴해지고 수익이 는다는 의미다.

많은 중소형 제약사가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게 이처럼 저렴한 원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견 제약사 연구원은 "일정 규모의 제약사들은 중국산 원료를 자체 연구 또는 대체 원료가 없는 경우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결국은 가격적인 측면 때문에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을 일본에서는 유독 사용이 적었다"면서 "한국 의약품은 안심하라는 공식을 스스로 깨뜨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수탁 제도, 무더기 발암물질 혈압약 만들어

현재 위수탁 제도는 사실상 무분별한 제네릭 출시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의약품 위탁업체당 최대 2개사까지 제네릭 허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었지만 2010년 이후 이 제한이 풀렸다.

위탁생산을 통해 얼마든지 제네릭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제네릭의 난무는 곧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고, 과당 경쟁 속에서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량을 늘리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까지 제공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제품의 상당수가 제네릭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리베이트를 부추기는 제네릭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위수탁 업체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장 정부도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제네릭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위수탁 업체를 제한한다면 반발하는 제약사가 상당수일 것이다. 정부도 제네릭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제도 개선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하지만 퀄리티 제네릭과 리베이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허가제도 등은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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