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 주장…“필요도 접근 의료공급체계 구축 필요”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각 의료기관 수준에 부합하는 서비스 제공 체계를 만들고 환자들도 공급체계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이런 체계를 만들기 위해 체계를 지키는 의료기관에는 수준에 맞는 서비스만 제공해도 의료기관이 유지될 정도의 건강보험 수가 인상, 수련의 훈련비용 건보 부담, 민간병원 세금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지키지 않을 경우 영리병원으로 간주해 혜택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은 최근 이슈페이퍼를 통해 공개한 ‘보장성 제고와 의료공급체계’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의료공급체계를 환자가 원할 경우 어떤 의료기관도 이용할 수 있는 수요 접근에서 필요도에 따라 제공하는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도 접근을 통한 의료공급체계는 공급자 조직의 위계화와 함께 의료공급 계획을 세우는 기구의 지도를 따르는 것이 골자로, 우리나라로 치면 1차 의원, 2차 병원, 3차 상급종합병원의 위계를 명확히 하고 이들을 통해 의료공급을 계획하는 보건복지부의 지도를 철저히 따르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 모델은 공급자 수준에 따라 계층이 정해지는 공급체계로, 최상부인 대학병원이나 연구소가 새로운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의대생을 통해 전파하면 그 아래 단계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고 제일 아래 단계에서는 일반의나 공중보건요원들이 질병예방이나 1차 진료를 담당해 상위 단계로 환자를 의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모델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에 따라 의료기관을 배치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의미에서 계층적 지역주의 모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원장은 “각 의료기관은 수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공급체계를 만들고 환자들은 이 공급체계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의뢰체계를 유지하면 보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즉 1차 의료기관은 1차 의료에 합당한 서비스만 공급하게 되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이 책임 질 수 있는 범위의 필요도가 정해지고, 환자는 여기에서 최소한의 본인부담만 하게 된다면 보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2차 의료기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의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본인부담은 최소 수준에서 정해지고 따라서 보장성이 높아진다. 비록 3차 의료기관에서 포괄적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3차 의료기관이 아니면 충족시킬 수 없는 필요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역시 높은 본인부담을 지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원장은 “필요도 접근에서는 의료기관의 계층적 수준에 따라 제공 가능한 서비스가 필요도로 정해지기 때문에 본인부담률을 낮게 책정하더라도 모럴해저드에 의한 의료의 과다이용은생각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의료이용을 억제시키기 위하여 본인부담을 높게 책정할 필요가 없다”며 “유럽의 건강보험 국가들이 이와 같은 필요도 접근을 통해 의료공급자 조직의 위계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필요도를 정하고 이용을 단계적으로 함에 따라 보장률이 80%를 모두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전문의에게 개업을 허용함과 동시에 보험급여로 책정된 서비스라면 어떤 서비스라도 제공 가능하도록 돼 있어 전문의와 3차 의료기관이 경쟁하는 시스템이 돼 있다”며 “이 같은 공급체계에서는 보장성을 유럽 국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의료이용을 억제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의료공급체계의 필요도 접근 전환을 위해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필요도 접근을 도입하기 위해는 공급체계를 계층적 지역주의에 부합하도록 공급자 조직의 위계화와 함께 의료이용을 단계적으로 이용하도록 환자의뢰체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도 접근에 따른 의료이용자의 불편성을 본인부담의 대폭적 인하로 대처하는 조치(trade-off)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환자의뢰체계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본인부담제도를 패널티로 부과시키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공급자들을 필요도 접근에 순응시키기 위해서는 건보 수가 인상과 함께 수련의 훈련비용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건보의료는 공공의료로 간주해 민간병원도 공공병원과 동일하게 의료기관에 대한 모든 세금을 면제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원장은 “만약 의료기관이 수준별로 제공 가능한 필요도 공급을 하지 않을 경우 영리병원으로 간주해 세제 혜택은 물론 건강보험 요양기관에서 배제하는 패널티 도입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의료이용자와 공급자가 건강보험의 원리에 순응할 경우 혜택이 주어지고, 건강보험 원리를 거역하고 수요 접근을 선호할 경우에는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혜택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필요도 접근을 유도해야 한다”며 “필요도 접근을 하게 될 때 소요 비용은 필요도 접근을 통해 대폭 줄어드는 의료이용으로 절약되는 재정을 사용한다면 거의 충당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특히 민간의료기관도 필요도 접근에 순응하면 공공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필요도 접근도 채택 가능할 것”이라며 “여기서 제안되는 필요도 접근을 위한 인센티브는 유럽의 의료보장 국가들은 이미 채택하고 있는 정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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