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실패 및 중단 등 상세 기재 추진…"화장품 만들란 소리?"

금융감독원이 올해 3분기부터 제약·바이오 업종의 공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관련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산업 특유의 투자위험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체계적이고 상세히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를 3분기부터 보고서에 적용하고, 내년 사업보고 중점 심사사항에도 포함토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신약개발이나 기술수출 등으로 주가 상승을 과도하게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이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업종의 경우 임상 실패나 개발 중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실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신약을 출시해도 매출이 어느정도 일어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따라서 금감원은 이같은 행태가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고 판단, 공시를 강화한 것이다.

금감원의 이같은 입장에 제약·바이오업계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 과한 조치라는 불만과 함께 신약 등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약은 후보물질 도출부터 출시까지 10여년이 소요되고 수백억원의 투자비용이 드는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라는 것이다.

모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후보물질이 하나 발견되면 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디자인을 설계한다. 이후 적응증을 받으려면 다양한 임상을 해야한다"면서 "이번 금감원 조치로 임상 디자인 설계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효과가 뛰어난 분야로 임상을 하는게 아니라 실패 가능성이 적은 곳으로 임상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제약·바이오를 꼽고 있지만 규제만 심해지고 있다"면서 "타 업종에서도 신제품 개발하다 실패하는 내용을 일일이 공시로 알리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바이오벤처기업들도 불만을 토로하는 건 마찬가지다.

자생력을 갖춘 전통 제약사 입장에서는 제품판매를 통해 얻은 매출이 R&D 비용으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지만, 소규모 바이오 업체들과 벤처들은 자본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는게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바이오업체 한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 업종이 연구개발비 충당을 위해 상장하고 심지어 제품매출 발생을 위해 화장품이나 건기식을 필수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모든 바이오 기업에게 약을 만들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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