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인 단체 자율성 확대를 통한 자체 정화가 근본적 해결책”

보건의료인이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지시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보건복지부 내에 인권 침해 피해의 신고 접수 및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보건의료인 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법안에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표했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최근 일부 간호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명 ‘태움 문화’의 폐해가 부각되고 일부 대형병원에서의 전공의에 대한 폭행 사건이 이슈화되는 등 보건의료기관 내에서의 보건의료인에 대한 괴롭힘, 폭력, 부당한 업무지시, 성희롱 등의 인권 침해 문제가 시급한 해결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몇몇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건의료기관 내 인권 침해 행위의 경우에는 그에 대한 법적인 규제의 미비와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개정안을 통해 보건의료인의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률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6일 “다수의 선량한 보건의료인의 인권보장 및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권침해 문제는 어떻게든 개선돼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해당 개정안의 경우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제시한 인권센터 설립 역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의협은 “현 보건의료기본법에서 규정한 보건의료인과 보건의료기관의 정의에 따르면 보건의료영역에 대한 정확한 범주를 파악할 수 없다”면서 “이로 인해 해당 개정안의 대상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의료영역에 대한 범위가 판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권문제를 총괄해 관리할 보건의료인 인권센터 설립이 실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해당기관에 자격정지 등의 불이익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부여되거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를 공공기관 또는 전문기관에게 위탁하는 것은 전문가단체의 자율성 확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해당 개정안을 통해 보건의료인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가 신설되거나, 권력남용, 기본권 침해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유독 보건의료계에 한정해 인권센터를 설립·운영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의협은 “인권침해 문제는 비단 보건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유독 보건의료계만을 대상으로 인권센터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의료법상 규정된 의료인단체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인권문제의 경우 보건의료계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인권에 대한 잘못된 정서를 바로잡아 인권침해 문제 등이 근절될 수 있도록 사회적 풍토를 변화시키고 조성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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