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의원, 긴급토론회 개최…醫 "처벌강화 외 경찰·사법부 인식부터 바뀌어야"
박재찬 과장 “의료진 폭행, 개인 아닌 병원 문제…법무팀서 가해자 처벌지원 필요"

의료기관에서 주취자 등에 의한 폭행사건이 끊이지 않자 의료인 폭행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대려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삭제 등 처벌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응급실 안전을 위해 만들어놓은 법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경찰과 사법부의 안이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지난 17일 개최한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의료인 폭행방지 긴급토론회’에서도 의료진 폭행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의료인 폭행 실태와 문제점 및 관련 정책·법안 발의 현황’을 주제로 발제한 대한응급의학회 류현욱 법제이사는 법 적용을 어렵게 하는 장애 요인 제거를 강조했다.

류 이사는 “응급실 안전을 위한 법은 지금도 있지만 법 적용을 어렵게 하는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고달픈 점, 반의사불벌죄, 경찰의 안이한 문제 인식과 소극적 대응 등이 문제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경찰 대응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이사는 “(최근 발의된 관련 법을 통한) 벌칙 강화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벌칙 강화를 통한 억제와 함께 경비업법 개정을 통한 응급의료현장의 공권력 강화, 취약한 응급의료기관을 위한 경찰 배치나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전선룡 법제이사는 “의협의 공식 입장은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경찰청장 면담이 예정돼 있으며 (의료인 폭행과 관련한)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는 “경찰이 맞으면 현장에서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하는데, 의사가 맞으면 수수방관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진료 중) 의료진 폭행은 공무집행방해에 준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격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는 의료진 폭행과 관련한 재판부의 낮은 양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사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응급실 내 폭행을 해도 반성한다는 이유로 벌금에 처하고, 종합병원 응급실이 30분 정도 마비될 정도로 난동을 피워도 집행유예를 주는 것은 판사들이 응급실에서 그런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 이사는 “판사가 응급실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렇게 판결하지 않을 것이다. 사법부의 이같은 인식이 (의료진 폭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며 “의료기관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양형 기준에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정책부위원장도 의료진 폭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응급실 등 진료현장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협박 등은 환자 진료 방해로 이어짐에 따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즉각 구속 등 강력한 처벌 필요 ▲폭행사건 예방 및 피해확사 방지를 위한 상시 안전체계 구축 필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에 보건의료인 및 환자 폭행 포함 등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기관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최후 보루인 만큼 정부는 주취자 관리와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국회는 의료기관의 환자 진료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보건의료인의 진료권 보장, 환자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 등 사회구성원 모두의 안녕을 위한 제도적 첫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물리적 폭력 외 폭언에 의한 모욕감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병원에 3개월 동안 의사와 간호사를 괴롭히는 환자 보호자가 있는데, 이 때문에 주치의가 일주일마다 바뀌고 간호사들이 스트레스를 이유로 사직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물리적 폭행 외 모욕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의료인 폭행은 물론 폭언에 따른 모욕감 등을 포함하는 큰 차원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사법부와 국민이 의료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고도 이용환 변호사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의료인이 피해자가 아니라 의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법익에 해당하므로 가중처벌 및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인들 스스로가 의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며 “방법은 ‘입건을 해주세요’라고 분명히 말해야 하고 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으면 된다. 환자들이 지역거주민이라는 이유 등으로 강력한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원칙만 지켜도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인 폭행, 개인 아닌 병원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달라?

의료인 폭행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료기관 전체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박재찬 과장은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폭행을 당하면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쉬어야 하는 의료진이 (가해자 처벌을 위한) 조사를 받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당수 병원이 그렇게 처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의료기관이 법무전담팀을 통해 처벌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런 노력이 합해지면 의료기관 내 의료진 폭행 문화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진 폭행은 절대 안된다는 국민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과장은 “과거에 버스기사들이 폭행을 당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느순간 ‘운전자는 폭행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보편화 됐다”며 “의료진 폭행도 이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과장은 “응급실 이용문화가 개선돼야 한다. 복지부도 노력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같이 노력해 국민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이용문화를 개선해 나가자”고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도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공감하고 모든 사람이 의료진의 위험에 대해 공감했을 때 제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화도나고 욕도 나오는 응급실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료진 폭행)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며 “응급실 환경 개선이 어렵겠지만 의료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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