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페어서 전문가들 임상 자료 가치 피력

일부 환자들이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녹취하기도 하는 진료내용이 향후엔 데이터 통합 시스템하에서 정식으로 데이터베이스(DB)화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분석, 해당 환자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적용하는 정밀의료에서 진료내용의 활용 또한 변화의 한 축이 될 거란 관측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8 디지털헬스케어 페어'의 ’4차 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병원 내 임상 데이터의 활용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피력했다.

먼저 이 자리에서 '데이터가 의료를 바꾼다'는 주제를 발표한 삼성서울병원 장동경 정보전략실장(소화기내과 교수)은 “과거에는 한 환자를 파악하기 위해 의료진이 5~10개 화면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고자 데이터를 통합화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디지털헬스케어는 결국 진료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은) 의료를 안전하게 하면서도 비용을 낮추는 것을 지향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여러 도구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분산된 의료데이터를 통합하는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CDW)도 이같은 목표를 위한 기술로 제시했다. 특히 CDW에는 향후 의사와 환자가 나누는 진료 관련 대화도 포함될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장 교수는 "현재도 의사와의 진료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취하는 환자들이 많다. 추후에는 (녹음이 시스템화 돼) 기정사실화 될 거라고 본다"면서 "(기술적인 문제는) 음성을 텍스트화하는 것이라기보단 텍스트를 DB화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율적인 진료라는 병원정보시스템의 목표를 비춰보면 데이터를 워드파일과 같은 단순기록 형태보단 엑셀파일과 같이 구조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장 교수는 "통합된 데이터는 단순 합산 수준을 넘어선다"면서 "삼성서울병원 검진센터에는 1년에 5~6만명이 거쳐가는데, 예컨대 종양이 발견된 환자의 경우 발병부터 치료까지 전체 데이터가 (CDW에) 들어간다"고 했다.

세미나에선 디지털헬스케어가 산업 뿐 아니라 임상적 측면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주문도 나왔다.

연세의료원 장혁재 의료정보실장(파이디지털헬스케어 대표, 심장내과)은 "한국은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면서 "벤처캐피털(VC)에 투자를 유치할 때나 공공영역으로부터 연구개발지원을 받을 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은 일부 성과를 내면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이나 제도적 문제가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지원이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잘 되는 것을 보여주면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은 결국 끝나지 않는 쳇바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헬스케어 적용을 위해선 거대담론보단 구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신수용 교수(디지털헬스학과)는 "IT 업체들이 딥러닝 등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강론을 모르기 때문에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블록체인 기술이라면 이를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정확히 짚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형병원에선 간호사들 일정관리를 엑셀파일로 하고 있는데 시스템을 만들어서 히트친 국내 업체도 있다"면서 "구체적인 진단과 실행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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