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구성 임총 개최 및 의료일원화 문제로 한의계와 갈등 심화
방상혁 상근부회장 “의료정상화 목표 향해 한 걸음씩 나가는 중”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내부적으로는 ‘문재인 케어 저지 및 수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는 임시대의원총회가 10월 3일 개최, 자칫 집행부 출범 150여일 만에 비대위에 권한을 넘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됐으며 외부적으로는 의료일원화 협의 과정에 대해 한의계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임총에서 비대위 구성이 의결되거나 한의계와의 진실공방에서 패할 경우 회복하기 쉽지 않은 치명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5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오는 10월 3일 오후 2시 더케이호텔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임총에 상정될 안건은 ▲문재인 케어(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 저지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위한 대책을 추진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 ▲불합리한 의료정책 개선 대책(경향심사, 한방대책, 응급실 폭력 대처 등) ▲정관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의 건등 3개다.

지난 5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최 회장이 취임 156일 만에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문재인 케어를 저지할 적임자를 자처하며 40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 회장은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 최 회장의 행보는 회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임총을 발의한 경상남도의사회 소속 정인석 대의원과 경기도의사회 소속 박혜성 대의원은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앞세운 집행부가 출범한 지 100일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면서 “회원들은 투쟁과 협상을 통해 회원 권익을 수호하고 보다 나은 의료 환경 조성을 기대했지만 성과 없이 오히려 퇴보하는 현실에 실망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집행부가 투쟁 강화는 고사하고 정부의 공세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 대의원은 “집행부의 안이한 대처와 부적절한 상황판단에 대의원들은 상황 악화를 막고 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투쟁력의 집중화를 위해 전권을 행사할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협회 정관 제17조 3항에 의거 대의원회 의장에게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하며 발의안을 제출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한 뇌·혈관 MRI 급여화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처음에는 예비급여 철폐와 수가정상화를 외치며 투쟁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보건복지부가 짜 놓은 계획대로 급여화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의협은 ‘뇌·혈관 MRI가 필수의료이기 때문에 합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하복부초음파나 심장초음파 등의 급여화 과정에서도 정부에 계속 끌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한-정 협의체에서 진행된 의료일원화 논의도 최대집 집행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의협이 의-한-정 협의체에서 일료일원화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회원들이 그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집행부는 ‘회원과 국민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한 회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고 의료일원화 논의 과정에서 ‘의협이 대한한의사협회 전략에 끌려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한의대·한의사제도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의협의 한방에 대한 기본 정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한의계는 의료일원화 협의 과정을 공개하며 의협을 강력 비판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초기 의-한-정 협의체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의협이 이를 의료일원화의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료일원화‘ 의제가 상정·논의됐다”면서 “하지만 최대집 회장이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3년간 협상을 해온 상대방의 존립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거친 근거를 제시하며 한-의-정 협의가 아무것도 아닌 양 호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집 회장이 직접 합의문 초안 문구를 수정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한의협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최혁용 회장의 발언에 대해 법적 검토를 거쳐 고소 등으로 바로 잡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한의협도 의협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집행부에 대한 의료계 내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대집 회장의 임기가 채 1년도 안됐는데 비대위를 구성하자며 임총을 연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이런 선례는 의료계 입장에서 매우 적절치 못할뿐더러 회원 권익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지적했다.

반면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일원화 관련한 밀실협의나 문재인 케어에 대한 무능한 대응 등으로 의료계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위기는 집행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혼란을 만들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당초 집행부가 계획한대로 회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방 부회장은 지난 17일 본지와 만나 “임총을 발의한 대의원의 뜻은 존중한다”면서 “협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방 부회장은 이어 “40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조금 넘긴 상황”이라며 “집행부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 수가현실화 등 의료정상화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 부회장은 그러나 “최대집 회장을 비롯 집행부 누구도 투쟁을 두려워하거나 투옥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집행부가 처음 계획한대로 국민건강을 위한 올바른 의료 환경 조성과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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