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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충북대병원이 응급실 폭력 ‘무관용 원칙’ 수립한 이유

기사승인 2018.09.19  0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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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헌석 충북대병원장 “환지 치료 도구가 흉기로 변하는 건 순식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여론이 술렁이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충북대병원이 대외적으로 응급실 폭력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 내부적으로는 ‘무관용 원칙’을 수립한 이유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술에 취한 환자에게 주먹으로 맞고 철제 트레이로 맞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CCTV 영상을 통해 그 실체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을 뿐이다.

층븍대병원 응급실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7년 기준 일주일 평균 1.5건의 폭언·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은 월 평균 3건 정도로, 의료인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사건들이다.

충북대병원은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응급환자도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CJB 청주방송을 통해 응급실 폭행 근절 캠페인을 진행한다. 의사단체나 학회가 아닌 개별 병원 차원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영상을 제작하고 캠페인까지 진행하는 건 이례적이다.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언이나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 차원에서 법률적으로 지원한다. 4단계로 이뤄진 대응 지침도 정비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안내했다.

충북대병원 한헌석 병원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만나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실에 있는 도구들이 흉기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수액걸이대를 휘두르는 환자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응급실 자체가 탄약창고”라며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한 병원장은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하는 건 다른 응급 환자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며 응급실 폭력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 경찰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안해도 되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했다.

충북대병원 한헌석 병원장은 지난 10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응급실 의료진 폭행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병원 차원에서 '무관용 원칙'을 수립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병원 차원에서 동영상을 제작해 응급실 폭력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도 많이 시달리고 있다.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언론에 응급실 폭행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계획보다 앞당겨 진행했다.

일분일초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응급실에서 진료기능을 마비시키고 응급진료를 방해하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과 폭언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응급실 폭행은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를 죽이는 살인행위라는 사회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그만큼 응급실 폭력 사건이 심각하다는 의미 같다.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뿌리 깊은 문제다.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건 대부분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주취자에 대해 법적으로 너무 관대하다. 응급의료법상 처벌 수위는 높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응급실 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과 법원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반복되면서 더 심각해진 것이다.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문제다.

의료인 폭행은 다른 환자의 생명에도 위해를 가하는 다중폭행이며 살인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다. 병원에선 의료진과 환자 간 인식차이로 인한 문제들이 종종 생긴다. 특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불안하고 위중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의료진의 의학적 소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적인 충돌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또한 생사와 직결되는 위중한 환자 우선 진료라는 응급의료 특성을 무시하고 먼저 진료를 받겠다는 환자들도 많다.

- 폭력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경찰이 출동하더라도 폭력이 행사된 이후에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출동해서 폭력을 제압하기 보다는 미온적인 조취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자체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방호인력을 두고 있지만 실제 방호인력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경찰 쪽에서도 응급실 폭력 사건이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주취자 문제는 경찰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 응급실 폭력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실에 있는 도구들이 흉기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수액걸이대를 휘두르는 환자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응급실 자체가 탄약창고다. 하지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의료진은 가해자의 보복을 우려해 확실한 처벌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폭력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의료인 폭행은 피해자인 의료인뿐만 아니라 선량한 다른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다.

우리 병원은 가해자의 위협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의료진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이 용인될 수 없다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 이런 일을 안해도 되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하겠다.

- 그렇다면 충북대병원 응급실에서 폭언이나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하는가.

폭력 행위 발생 시 대응지침을 4단계로 나눠 대응하고 있다. 단순 소란행위는 1단계(관심단계)로 보안요원이 대응하고, 폭행이나 협박 행위가 발생하는 2~4단계(주의·경계·심각단계)는 경찰에 신고하고 직원을 비상소집해 대응한다.

경찰에 신고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해 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충북지방경찰청과 연결된 무통화 긴급신고 시스템을 이용한다. Foot SOS 시스템은 긴급 상황 등 위기 발생 시 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발을 이용해 스위치를 누르면 경찰청에 직접 신고 된다.

보안요원은 방검조끼를 입고 휴대용 디지털 캠코더를 소지하도록 했다. 보안요원이 사용할 수 있는 비상벨도 설치해 초동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려 노력했다.

또한 폭력행위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발생하면 CS/PI팀과 고문변호사가 법률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고소·고발을 하게 되면 의료진이 직접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말하고 있다.

- 공익캠페인 외에 응급실 폭력 예방을 위해 대외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도 있나.

우리 병원은 현장 경찰관과 의료진의 대응을 위한 공동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직은 기획단계로 의료종사자 폭행, 폭언 및 기물파손 등 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모아 매뉴얼화해서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할 계획이다. 응급실 의료진 폭행 대응 공동 매뉴얼이 완성되면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 삽화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7월 우리 병원 관할 경찰지구대와 ‘의료진 등 폭력행위 대응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고 범죄예방과 의료 관련 법률개정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정기교육 및 간담회를 연 1회 이상 열기로 했다.

-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가 오가는 응급실에서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폭행하는 행위는 응급 진료 기능을 마비시키고 더 나아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의료진이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충북대병원은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란 책무를 갖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의료인 폭행이 근절되는 날까지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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