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 수술실 CCTV 설치 추진에 우려…“범죄자 취급 불쾌, 집중 힘들어 환자도 피해”

경기도가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외과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령수술 근절을 전제로 한 CCTV를 설치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는 불만부터 중소병원 수술 포기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 수술에 집중하지 못하는 의사로 인한 환자 피해까지 우려했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월 1일부터 연말까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시범 운영한 후 2019년부터 의료원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전면 확대할 계획’<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된 모습(위)과 통제실에서 본 수술실(사진제공: 경기도).

이와 관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등 환자와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외과의사회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의료계에서 공론화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CCTV 촬영을 환자 동의 하에 한다고 하지만) 환자들이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노출 수위에 대해 완전히 인지한 상황에서 동의하는 것인지부터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술 특성상 단순한 신체 노출이 아닌 장기 등 적나라한 노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환자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동의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드라마 등에서 나오는 수술장면을 생각하면 안된다. 실제 본인의 수술 장면이 노출되는 것은 수위 자체가 다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의료계 자정노력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의료계를 범죄자 집단으로 생각하고 범죄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런 생각 자체가 의사들을 궁지에 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도 수술실 CCTV 설치가 자칫 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고위 관계자는 “외과의사들 사이에서 수술 중 뭔가 의식해야만 하는 상황에 사용하는 말 중에 ‘손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있다”며 “CCTV로 촬영을 하는 상황을 의사가 인식하게 되면 (손이 오그라들어)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제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고난이도 수술을 할 때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말고 스탭들과 함께 여려 결정을 빠르게 해야 하는데, 촬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손이 오그라들면서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중소병원들은 아예 수술 자체를 접을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아직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한)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관계자는 “만약 수술실 CCTV를 설치하게 된다면, 환자가 촬영에 동의하더라도 의사 판단에 따라 의료적으로 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촬영을 금지하는 정도의 장치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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