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협회 “제도 시행 이후 환자 쏠림 더 심화…전달체계 개선·종별 약제 본인부담률 조정해야”

정부가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 질환을 확대했지만 의료계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근본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의원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적용 확대는 일차의료기관 활성화라는 취지를 역행하는 제도”라며 “정부는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매년 상승하는 최저임금에 따른 가파른 인건비 상승과 문재인 케어 같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말살하는 의료정책으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내몰려있다”면서 “최근 시행된 선택진료비 폐지,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2-3인실 건강보험 적용 등 상급의료기관으로 환자 이동을 가속화하는 제도로 인해 고사위기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과연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고,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막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게 의원협회의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지난 2011년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야심차게 시행한 제도”라며 “하지만 지난 7년간의 긴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전혀 개선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해마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위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단지 대상 질환만을 기존 52개 상병에서 100개로 확대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면서 “지난 7년간 시행된 제도에서 이미 밝혀졌지만, 내원한 환자들에 대한 상병명 변경만으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고 있다. 근본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실효성 없는 제도를 확대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특히 새롭게 제시된 추가되는 상병에 대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종합병원을 방문하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환자가 종합병원 방문 후 약제비 절감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의뢰서를 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만일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할 경우, 환자와 의사 관계의 신뢰는 깨지고 자칫 진료거부로 인지돼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즉, 이번에 제시된 방안이 의료비 증가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시키지 못할 뿐더러 의원급 의료기관을 자연 도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의료전달체계 개선 ▲종합병원 방문 환자에 대한 진료의뢰서 예외 규정 즉각 삭제 등을 제안했다.

또 현행 종별 약제 본인부담률(의원 30%, 병원 30%, 종합병원 40%, 상급종합병원 50%)을 조정해 의원은 20%로 하향시키고, 병원은 40%, 종합병원은 60%, 상급종합병원은 80%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는 반드시 막아야 할 우리의 과제”라며 “협회가 제시한 안은 국민이 환영하는 제도가 됨은 물론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효율적인 의료자원 활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열린 건정심에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질환 확대 추진안’을 보고했다.

추진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등 52개 질환에 대해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중이염, 티눈, 결막염 등 48개 상병을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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