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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MRI 급여화, 후려치기의 전형적 결과”

기사승인 2018.09.19  06: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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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의사들, 향후 비급여 협상 기본 모델 될까 우려…“의협 투쟁 리더십 보여줘야”

의료계와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뇌혈관 MRI에 대한 급여화에 합의한 가운데, 병원의사들은 이번 협의가 문재인 케어의 정착을 돕고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이번 뇌·혈관 MRI 수가 결정은 관행 수가 후려치기의 전형적인 결과일 뿐”이라며 “이번 협상이 앞으로 있을 비급여 항목 협상의 기본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이번 뇌·혈관 MRI를 급여화하며 보험 가격을 종별로 큰 차이 없이 29만원 선으로 맞췄다”며 “이는 기존 급여화 이전 관행 수가와 비교하면 상급 종합병원 45%, 종합병원 60%, 병원 65%, 의원 7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대부분의 MRI가 상급 종병과 종병에 집중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전체 MRI 수가는 관행 수가에 비해 60%도 채 안되는 수준일 것”이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가혹한 수가 후려치기를 당하고도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에서 MRI가 비급여의 대명사가 되고 환자 부담 비용이 높았던 이유는 급여 항목만으로는 절대로 병의원을 유지할 수 없는 저수가 때문”이라며 “때문에 급격하게 MRI 가격을 낮추는 것은 병의원 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저수가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MRI 급여화 논의는 시작조차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이어 “상복부 초음파와 뇌 MRI 급여화 기준의 경우는 처음 진행한 항목이었으므로 당초 계획보다 의료계에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에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정부는 더욱 가혹한 수가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첫 협상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협상력으로는 앞으로 정부가 원하는대로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계 스스로 문재인 케어 정착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웃지 못 할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급여 기준을 초과하는 횟수로 뇌·혈관 MRI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80%로 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의협이 반대하던 ‘예비급여’를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고 의료계에서 문제로 지적한 여러 가지 항목 중에는 ‘예비급여’도 있었다“며 ”(예비급여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은 건강 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서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심사를 통한 삭감이나 환수의 위험을 안게 한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실제 지난 3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논의에서도 예비급여 문제가 화두가 됐었고, 당시 최대집 당선인은 예비급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며 ”그러나 이번 협의에서는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뇌·뇌혈관 MRI 검사 시행시 본인부담률을 80%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예비급여를 수용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여화로 인한 심사 범위 확대와 경향심사, 강화된 MRI 품질관리기준은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병의협은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급여기준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며 ”왜냐하면 이번 MRI 급여화부터 심평원은 경향 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경향 심사는 주로 의료비를 컨트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설정한 지표들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의료기관들과 비교해 많이 차이가 날 경우 ‘경향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삭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실사를 통한 환수도 가능하다“며 ”결국 이러한 심사 방향은 의료기관 진료의 자율성을 의료기관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나아가 내년 1월부터 강화되는 MRI 품질관리기준은 MRI 급여 확대로 인해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중소병원들을 더 힘들게 만들 것“이라며 ”노후화된 기계를 보유한 의료기관들은 MRI 촬영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새 기계로 교체해야 한다. 보상 대책 없는 일방적인 규제 강화는 의료기관들의 경영난만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케어 반대를 외치던 의협이 최근에 와서는 정부의 계획대로 끌려다니고 있다며 투쟁 동력을 모으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지난해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고 난 후 의료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으로 절대적인 수용 불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며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는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문재인 케어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선택진료비 폐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상급 병실 급여화, 뇌 MRI 급여화 등 중요한 사안 중에서 어느 하나 막아내거나 의료계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무기력함이 퍼져가고 있다”며 “이러한 무력감은 앞으로 다가올 한방 관련 문제나 원격 의료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높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의사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한 걸음만 더 뒤로 물러나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의사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의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의협은 회원들에 비전을 제시하고 강하게 투쟁 동력을 모으는 리더쉽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주 기자 minju9minju@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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