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체계개편협의체 열고 개편 방향 공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청구건별로 진행되던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를 의학적 타당성에 기반을 둔 경향평가심사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심평원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사무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1차 회의를 열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온 개편 방향을 공유했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추진되면서 비용효과성 중심으로 설정된 기존 급여·심사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 기반에서 건강보험 심사도 청구건별로 기준 부합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심평원 심사인력 596명이 연간 14억 건을 처리하고 있다. 1인당 250만 건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여 확대는 심사 건수 급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심사체계 개편 TF’를, 심평원은 ‘심사평가체계개편단’을 구성해 현행 심사체계의 한계점을 분석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심평원은 이날 협의체 1차 회의를 열고 그동안 검토해 온 개편 방향을 의료공급자와 환자단체 등 소비자와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자료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은 청구건별로 심사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일괄 삭감하던 기존 심사 방식을 경향평가심사로 개편할 방침이다. 경향평가심사는 의료행위 특성에 따라 의학적 타당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환자, 질병, 특정검사항목 등 단위별로 지표를 설정해 진행된다.

단위별로 모니터링을 진행해 이상 청구 경향이 확인되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전 계도, 집중 심사, 수가 수준 및 기준 조정 등 다양하고 입체적인 중재(intervention)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이 모든 과정에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동료의사 심사평가를 확대한다. 임상의사가 기관별 진료경향을 분석하고 이상 청구 경향을 보이는 기관의 원인분석과 컨설팅, 의무기록 기반 심층심사도 맡는다.

심평원은 중장기적으로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결과나 질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가치기반(Value-based) 심사 평가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모색해 왔다.

가치기반 심사평가체계는 의료자원 투입과 성과 평가 연계를 강화하고 환자에게 실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최종 결과가 좋으면 치료과정을 사사건건 제한하기보다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장려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행위별수가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건강보험개혁 과정에서 대두된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비용 보상 방식이라는 게 심평원 설명이다.

심평원은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개편안을 확정해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개편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는 전체 진료비의 10%에 해당하는 영역을 선도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개편된 경향평가심사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심평원은 의료공급자, 소비자, 학계, 정부·공공기관 등 20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오는 12월까지 운영해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향후 실행방안 논의와 이행상황 모니터링은 ‘(가칭)심사평가체계개편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한다.

심평원 이영아 심사평가체계 개편실행반장은 “지난 40여 년간 항목별 청구 적절성 확인 위주로 운영되던 심사·평가의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 의료 질 중심으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며 “이번 협의체 운영을 통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개선과제 및 실행계획을 도출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반장은 “심평원의 업무 프로세스 등도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법령·예산·전산시스템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와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협의체를 통해 도출되는 개선과제들은 단기간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과제별로 체계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