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학술포럼서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제도 마련 필요성 제기

전공의 수련 60년을 기념해 열린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앞으로의 전공의 수련과정은 역량 강화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 19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제11회 한림원 학술포럼을 열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 19일 세브란스병원 본관 강당에서 ‘제11회 한림원 학술포럼을 열었다.

이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이혜란 위원장(한림의대 교수)는 역량 강화 중심의 전공의 수련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의 전공의 수련환경이 직면해 있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임신 전공의의 모성보호 및 적정수련’과 ‘전문의 자격시험 준비에 따른 수련 공백관련 대책’ 등 전공의 수련환경관련 쟁점 사항은 모두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과정 마련과 연결된 문제”라며 “역량강화 중심의 교육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공의 수련은 우리나라 미래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중요하다“며 ”수련환경 개선과 함께 보다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이며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콘텐츠 구성과 평가체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의대 박시내 교수도 미국 등 해외 전공의 수련제도의 사례를 들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전공의의 역량 중심의 수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부분을 구체화해 이를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에 녹여냈다.

미국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인증기관인 ACGME(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는 진료과별로 마일스톤(Milestone)을 마련해 전공의가 갖춰야 할 술기와 지식 습득을 수준별로 규정해놨다.

질환별로 레벨 1부터 5까지 수준을 나눠놓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레벨 4, 전임의가 되기 위해서는 레벨 5 수준의 역량을 달성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ACGME Milestone 예시 : 안면신경질환

박 교수는 ”이를 통해 전공의들은 수련기간 동안 ‘내가 갖춰야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내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역량을 50%정도 갖췄구나 이렇게 깨달을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수련기간 4~5년 동안 충분히 되돌아보고 확인할 수 있게끔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수련을 시간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얻어야할 역량으로 나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공의가 이것은 배우고 전문의가 돼야 한다’는 컨센서스(합의)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과정이 마련된다면 짧은 시간안에 역량을 갖춘 전공의 배출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이들이 역량을 갖췄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막판에 시험 한번 치는 것도 제대로된 방법이 아니다. 향후 평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의학회 김경식 수련교육이사도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련 목표 정립 ▲함양할 지식 영역의 구체화 ▲정확한 평가를 위한 정량, 다면 평가 도입을 제시했다.

전공의 대표로 참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용욱 수석부회장도 ”수련병원이 수련병원으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병원이 배출한 전문의가 국민 앞에 떳떳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 교육수련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기준을 제대로 만들고 전공의 또한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과 영국은 전공의 페이(급여) 뿐 아니라 역량 강화를 위한 부분(프로그램 마련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의사의 진료 역량 강화와 전공의 수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수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전공의 수련시간이 최대 주 80시간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수련교과과정을 예전 그대로 간서는 안된다”라며 “이는 전문의 능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도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이 역량 강화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이에 향후 종합계획에 (역량 강화 중심의 수련교과과정 마련을) 핵심과제로 삼을 예정”이라며 “실제로 전공의들이 뭘 배워야하는지를 알고, 그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학회에서도 고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과 단순비교하기는 힘들다”며 “미국은 전공의 의료행위에 대한 별도의 (재정적) 리워드(수가)가 없으며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공의) 수련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컨센선스가 있기에 국가의 재정지원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반면에 우리나라는 의사면허 취득 후 모든 의료행위가 가능하고 전문의 취득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 급여 등을 지원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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