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4인에게 '톡'으로 물어보니…"공정경쟁규약 강화 등으로 영업 변화 체감"

한해의 결실을 거두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둔 지난 20일, 모두의 마음이 풍족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속앓이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이다. 인사차 전하는 명절 선물도 리베이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 보기 바쁜(?) 영업사원들을 만나 올해 명절 풍경에 대해 '톡'을 나눠봤다.

자칫 불편할 수도 있는 대화임에도 4명의 영업사원이 참여했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음을 고려해 '톡'은 익명으로 진행했다. 영업사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추석 선물, 정말 사라졌나?

제약업계 일각에선 공정경쟁규약(CP) 강화 등으로 고객(의사)에게 명절선물을 주는 모습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말일까?

이들의 말에 따르면, 제약사들의 명절선물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각 회사들은 CP규정에 따라 전달 가능한 선물 테두리, 즉 합법적인 선을 정해 전달하고 있다.

물론 완전히 선물을 금지한 제약사도 있다. 대화명 '새내기'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빈손영업'이 원칙이다. 이 회사 복수의 영업사원에게 확인한 바, 실제로 이 곳은 선물은 물론 판촉물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새내기'씨는 회사 일부 영업사원들은 선물을 줘야 할 필요가 있는 거래처의 경우 CP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비로 구매해 전달한다고 귀띔했다.

대화명 '가즈아'씨도 자사 또한 CP 범위 내에서 가능한 정도의 선물의 경우엔 영업사원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해 전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영업사원들은 명절 연휴 즈음이 되면 병원에 금보자기들이 다수 쌓여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단다. 이 중에는 고가일 것으로 예상되는 선물도 눈에 들어온다고.

이는 제약사 외에서 주는 선물도 많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톡에 참여한 영업사원들은 도매업체나 CSO(판매대행업체) 등은 제약사만큼 명절 선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명절,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제약사가 명절 선물 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을, 적잖은 의사들이 이해한다고도 했다. 이는 이전과는 분명하게 달라진 분위기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실제로 '새내기'씨는 지난 설에는 고객(의사)의 귀경, 귀성길 KTX 표를 구하느라 애를 먹은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회사에서 CP 준수를 압박하고 거래처 역시 이를 수용해 지난 설과 같은 표 구하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가 영업사원의 상황을 이해해도, 병원 직원들 눈치가 보인다는 토로도 나왔다.

일부 의사는 제약사 등으로 부터 받은 명절 선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는데, 제약사들이 선물을 간소화하거나 없애자 자신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 직원들이 해당 영업사원들에게 눈치를 준다는 것이었다.

대화명 '종병마스터'씨(실제로는 종합병원병을 담당하지 않는단다)가 빈손영업 때문에 실제로 병원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종병마스터'씨는 명절 시즌 회사 '콜'만 찍고 후다닥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명절선물=매출상승?대답은 "No"

과거와 달리 명절 선물을 제공하지 않는 회사들의 제품의 실적은 나빠질까?

이에 대해 이날 대화에 참여한 영업사원들은 모두 명절선물과 매출과는 크게 영향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즈아'씨는 회사에서 명절에 무엇을 주느냐에 따라 매출이 변동이 생기는 거래처라면 언제라도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곳이라며 크게 개의치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모두가 대화명 '로컬왕'씨의 "나만 안들고 다니자니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란 의견에 동조했다.

특히 자사 보유 품목이 제네릭인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다른 국내제약사들과 워낙 경쟁이 치열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물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분위기 전환겸 과거 무용담(?)에 대해 물어보자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쏟아졌다.

'종병마스터'씨는 고객 자녀들과 얽힌 에피소드가 유독 많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소개할 경우 신변이 드러날 우려가 있어 소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

로컬왕씨는 신입사원 시절 국내 공항으로 '픽업'(데려다 주거나 데리고 오는)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 중 준중형차 그것도 회사 스티커가 문에 붙었던 차를 타던 때엔 '차가 후지니 오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단다.

'가즈아씨'는 자신의 선물보다 더 좋은 것으로 보이는 다른 이의 선물에 자신의 명함을 꽂아놓는 '꼼수'도 부려봤다고 이실직고하기도 했다.

올해 추석 선물은 가벼운 게 최고

이들은 올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가즈아'씨는 가벼운 제품 위주로 전달했다고 했다. 옮기기 불편한 부피가 크고 무거운 선물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자신의 선물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종병마스터'씨는 와인을 선택했단다. 와인은 제품은 물론, 저가부터 고가까지 가격도 다양해 음주를 즐기는 거래처 사람들에게는 취향을 저격하는 선물이라고 했다.

'로컬왕'씨는 과거 명절 선물로 쌀을 돌리다가 '팔이 빠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올해는 김과 샴푸, 식용유, 치약 등 생필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본 카톡 대화의 사진과 내용은 일부 각색됐으며, 개별 회사의 정책이 아닌 영업사원 개인의 의견과 경험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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