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 "선천적 요인 탓 개발 쉽지 않아…정밀의학 연구 활발"

류마티스 질환에서도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할까?

암 분야에선 HER-2, EGFR 변이, BRC 등의 유전인자를 활용해 관련 암 환자에게 한층 더 효과적인 치료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암 외에도 심혈관 질환, 당뇨병,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마커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바이오마커 개발이 활발한 이유는 바이오마커가 정밀의학으로 향하는 매개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마커는 건강한 상태와 질환이 나타났을 때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고, 바이오마커의 유무에 따라 약물 약을 교체한다든지,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등 맞춤형 치료도 돕는다.

그럼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강직성척추염 등 류마티스 질환에선 어떨까. 국내 류마티스 질환의 대표적 석학인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을 만나 류마티스 질환에서의 바이오마커 개발 현황 등에 대해 들었다.

- 현재 류마티스관절염(RA) 관련 바이오마커(Biomarker)는 무엇이 있나.
일각에선 ACPA(anti-citrullinated peptide antibody, 항시트룰린펩티드 항체)를 진단적, 예후적인 바이오마커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위해 류마티스 인자(Rheumatoid Factor, RF)를 이용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뤄졌고, ACPA의 한 종류인 항CCP항체(anti-cyclic citrullinated peptide antibody)는 10~20년 전부터 이용되고 있다. ACPA는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의 고전적인 측정법이다.

예후적인 관점에서 항CCP 항체(Anti-CCP Antibody)와 류마티스 인자(RF) 모두를 갖고 있는, 그리고 역가가 높은 사람이 류마티스관절염이 좀 더 심한 경향이 있다. 앞으로 항CCP 항체의 유무에 따라 질병의 분류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항CCP 항체와 류마티스 인자 유뮤에 따라 유전자적 분석을 했을 경우 결과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RA 관련 바이오마커는 현재 활발히 개발, 연구 중이다. 바이오마커 연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는 질병이 발생할 것인가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법 등이다. 실제 임상에서 응용할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져서 변하는 후성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만약 어떤 환자의 혈액검사를 했을 경우 유전자 위험점수(genetic risk score)가 높으면 확률적으로 류마티스 발병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치료 효과 및 약물 부작용을 예측하기 위한 바이오마커다. 현재 ‘오렌시아’(성분명 아바타셉트)를 포함해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효과와 관련한 바이오마커가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것은 없다.

-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정확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
현재 바이오마커가 가장 잘 개발되고 사용되는 분야가 바로 암이다. 암은 후천적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 발견이 비교적 용이하다. 반면 류마티스는 주로 선천적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 개발이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암의 바이오마커를 벤치마킹해 빠르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류마티스 분야다. 향후 유전자를 포함한 multiomics 연구가 류마티스 질환의 진단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앞서 언급한 ACPA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 몸에는 항원이라는 아미노산이 있다. 그 중 아르기닌이라는 일종의 아미노산이 흡연이나 음주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에 의해서 시트룰린화(citrullinated) 되면, 몸에선 이를 이상 항원으로 인식한다. 시트룰린화된 항원(antigen)에 대한 항체가 바로 ACPA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항CCP 항체인데, 우리 몸의 자가항원 측정이 아닌 인위적으로 다양한 항원을 합성해 ACPA를 잘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즉, 항CCP 항체를 통해서 ACPA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측정에) 한계가 있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류마티스관절염 인자와 인위적으로 만든 항CCP항체를 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문가의 임상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들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 암 분야에선 특정 항암제가 더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찾는 바이오마커 연구도 활발하다. 류마티스관절염 분야에선 어떤지.
오렌시아, 휴미라, 엠브렐, 심포니, 악템라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적 항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는 약 70% 정도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인다. 반대로 말하면 약 30% 환자는 반응이 없다는 뜻이다.

오렌시아의 경우 임상 결과를 통해 항CCP항체가 양성이며 류마티스 인자 농도가 높은 환자에서 더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더 많은 입증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이처럼 치료 약제에 반응하는 정확한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10~20년 간 류마티스관절염 위험 유전자가 100여 가지 이상 발견됐다. 이 유전자들을 분석해 보면 타깃 약제 개발과 연결된다. 따라서 개인마다 류마티스 위험 유전자 하나하나를 분석해 치료제들과 매치해 보면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느 치료제가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렌시아는 T세포에 ‘targeting’한 치료제이기 때문에 T세포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오렌시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교수님께서도 바이오마커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먼저 ACPA 관련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합성 항CCP항체와는 다른, 실제 우리 몸의 자가항원에 대한 ACPA (7개의 종류)를 조사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 연구는 항CCP항체가 음성인 환자에게 진단적 가치가 있고 류마티스관절염의 예후 예측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유전체, 전사체, 후성유전체 등에 대한 연구다. DNA가 환경 요인에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측정해 만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를 진료할 때 (류마티스 질환) 발병 가능성과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예후를 예상하기 위한 것이다.

고전적인 검사법인 혈액검사를 통해 류마티스 인자와 ACPA 검사법도 함께 연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존의 혈액검사, X-RAY, 빅데이터 기반 검사법 등을 연계하면 최적화된 치료 약물을 선택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암과 같이 류마티스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치료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나.
암은 이미 데이터베이스로 치료하고 있지만 류마티스는 아직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사용되면 류마티스관절염과 루푸스 치료를 구분하지 않고 공통된 유전자 패턴에 따른 치료, 즉 분자생물학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좀 더 세분화된 치료가 가능할 뿐 아니라, 10년 후 또는 가까운 미래에는 질환의 경계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각각의 질환을 나눠 치료하는 것이 아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를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유전자가 같은 쌍둥이인데 한 명은 루푸스 증상을 보이면서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중증 루푸스 환자이면서도 류마티스관절염 증상을 보였다. 이런 경우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를 각각의 개념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분자진단의 개념, 즉 정밀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최근 경구용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환자들의 반응은?
환자들 중에는 경구제보다 주사제를 선호하는 이도 많다. 주사를 맞아야 제대로 치료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웃음).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링거 맞거나 주사를 맞아야겠다’는 환자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복용이 편리한 경구제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개개인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정밀의학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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