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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평양선언문에 담긴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이렇게 준비하자

기사승인 2018.10.04  10: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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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의사-통일보건의료학회 좌담회] ② 한반도 건강공동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9.19 평양공동선언문 중)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남북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만간 보건의료 분야 남북 교류가 활성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건의료 분야는 정치나 이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여겨져 왔지만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던 지난 몇 년간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도 사실상 단절돼 왔다.
지난 세월을 반면교사로 삼아 남북 보건의료의 미래를 준비할 때이다. 청년의사는 통일보건의료학회와 함께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건강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① 왜 ‘한반도 건강공동체’인가
② 한반도 건강공동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사회: 통일보건의료학회 신현영 홍보이사(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토론: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신곤 학술이사(고려의대 내분비내과)
통일보건의료학회 박상민 대외협력이사(서울의대 가정의학과)
통일보건의료학회 윤석준 정책이사(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청년의사와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지난 1일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주제로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굳이 두 개를 하나로 만들지 않아도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해 각자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 서문 중.

통일보건의료학회는 달라진 남북 사회상을 반영해 ‘한반도 건강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보건의료 교류·협력에 접근했다. 특히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으로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중심을 잡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신현영 홍보이사

신현영(사회): 그동안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은 전염성 질환과 모자보건 분야가 중심이었다. 그리고 이번 ‘9.19 평양공동선언문’에도 전염성 질환에 대한 긴급조치와 방역이 우선 거론됐다.

박상민: 전염성 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세계백신연합(Global Alliance of Vaccination and Immunization, GAVI)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 예방접종 사업이 유지되지 않는다. GAVI의 지원이 만약 중단되거나 흔들리면 전염성 질환 관리의 중요한 축이 흔들리게 된다. 다행히 GAVI는 지속적인 지원 계획을 갖고 있다. 북한은 호담당 의사제도가 있어 예방접종 사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재정적으로 불안해진다면 이 부분도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할 때 고려해야 한다.

사회: 북한 결핵 관리 문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상민: 결핵과 관련된 부분도 과거에는 NGO에서 많이 지원했지만 2008년 이후에는 글로벌 펀드에서 상당히 큰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으로 따지면 1,0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그런데 글로벌 펀드가 북한 결핵 사업을 평가한 결과, 다제내성결핵 사업의 효과가 기관의 목표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려 올해 말까지만 예산을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재정적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원래 올해 6월 30일까지만 지원하는 거였는데 여러 국제 전문가 논의 거쳐서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앞으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없다면 북한 결핵 관리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추후에 결핵 관리와 관련된 부분도 남북 교류협력에서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통일보건의료학회 박상민 대외협력이사

GAVI나 글로벌 펀드는 각 나라로부터 분담금 받는데 우리나라도 분담금을 지원하고 있다. GAVI에 연간 400만불 정도 지원하는데 이 금액을 누적해보면 GAVI가 북한에 지원한 금액과 우리 정부가 분담한 금액이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작년에 글로벌 펀드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협의할 때 논의했던 사안 중 하나가 글로벌 펀드가 북한에 지원한 총 금액에 비해 남한 정부가 글로벌 펀드에 지원한 금액이 3분의 1 정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좀 더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올해 지원금은 증액되지 않고 기존 수준으로 유지된다. 글로벌 펀드 입장에서는 돈을 지원하는 분담금 국가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부분도 북한에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근거였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우리 정부가 얼마나 글로벌 펀드에 지원하는지 부분이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반적인 큰 흐름을 고려해서 전염성 질환 관리계획도 정부가 긴밀히 기획해야 한다.

사회: 북한에 대한 지원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가.

윤석준: 과거에는 남한이 북한에 직접 지원하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2010년 이명박 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시킨 대규모 대북제재) 이후 중단됐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이 유엔 제재 대상이어서 물적 지원을 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의약품 지원도 물적 지원에 속한다.

김신곤: 최근 유엔에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10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인도적인 차원이나 분배 투명성 등이 보장된다면 유엔 제재를 받지 않고 지원할 수 있다.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는 현 상황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북한은 영유아 사망률 30%이지만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질환이고 암성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만성질환에 보다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사회: 남북 교류협력에서 전염성 질환을 우선으로 다뤄왔기 때문에 비전염성 질환 분야는 그동안 주요 논의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북한의 상황은 어떤가.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신곤 학술이사

김신곤: 북한이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이전에 만성질환 중심 질병 구조를 가졌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1970~1980년대까지 북한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우리보다 못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방 중심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후진국적 질병 구조인 전염성 질환이나 모성 보건, 영유아 관련된 부분이 취약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부분이 다시 과거 모습으로 바뀌어서 전형적인 후진국적 질병 구조는 아니다.

영유아 질환으로 사망하지 않고 살아난다고 해도 평생 질병 부담으로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증가한 이유도 그렇게 설명한다. 영양학적인 박탈을 경험하다가 풍요로워지면 만성질환이 증가한다. 북한도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 현재도 북한은 영유아 사망률 30%이지만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질환이고 암성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만성질환에 보다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사회: 북한도 만성질환자가 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김신곤: 북한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일부 보고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평균 혈압이 높다. 북한 주민의 혈압이 높은 이유는 생활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훨씬 짜게 먹는데 그 이유는 전기 시설 부족으로 냉장이 잘 되지 않으니 염장 식품을 많이 먹는다. 또 우리나라보다 흡연율도 높다.

또 만성질환 특성상 정기적이고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는데 그런 약들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도 북한 내 만성질환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다.

북한은 예방의학 체계에 근거한 호담당 의사도 있기에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의 경우 신경증이나 우울증은 정신과적인 치료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현병 하나면 정신질환으로 보고 나머지는 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 정신질환 분야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 왔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

전우택: 조현병은 미국이나 아프리카, 한국이나 발병률은 거의 같다. 그런데 치료 대상자 숫자에서 차이가 난다. 치매가 됐든, 충격에 따른 증후군이 됐든, 신경증이나 우울증 됐든 전 인구의 10% 정도가 정신과적 문제 안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그 비율은 비슷하다. 문제는 북한의 경우 신경증이나 우울증은 정신과적인 치료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현병 하나면 정신질환으로 보고 나머지는 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치료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는 그랬다.

그리고 정신질환에 대한 나쁜 인상, 낙인이 찍혀 있어서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한다. 개발도상국이 갖고 있는 문제인데 북한도 심하다. 우울하거나 불안해도 신체적인 증상으로 바꿔서 표현해 적절한 치료 못 받는다.

앞으로 북한 정신의학적 지원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 그에 대한 치료 필요성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민과 의사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하고 의사의 치료 능력을 높이는 방안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의 의료인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도 핵심적인 문제다.

사회: 분단된 역사가 길수록 남과 북의 보건의료체계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윤석준: 현재도 인력 교육·훈련 분야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그런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상호 교류하거나 지원하는 건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는 북한이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관심도가 낮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남한에 지원을 요구할 때 하드웨어 중심으로 요구해 왔던 게 현재까지 흐름이었다. 우리가 인력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자고 했을 때 민화협을 중심으로 북한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분적이고 제한적으로는 있었지만 전면적으로 대규모 형태의 인력 교류를 제안할 때도 소극적이었다.

앞으로도 자칫 하드웨어 지원 형태로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평양공동선언문에도 방역 얘기만 담겼다. 소프트웨어로 표현되는 인력 교류 부분, 교육 훈련 프로그램은 돈도 별로 안들고 지속적으로 체계를 통합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그런 부분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남한 내 소위 의사결정자들도 그런 부분을 북한도 인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 인력 교육·훈련 등 소프트웨어적인 교류·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분야만 봐도 남과 북의 보건의료인력 양성체계가 다르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윤석준 정책이사

윤석준: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의 의료인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도 핵심적인 문제다. 독일은 통일 후 동독 의사면허를 그대로 인정했다. 통일 전 상호 교류가 충분해 서로 수준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북한이 남한의 직접 지원을 받는 것에 소극적이다. 서로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만큼 교류협력이 이뤄지면 상호 도움이 되고 면허를 인정하는 단계의 시금석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우택: 남북 간 의료인 면허 상호 인정 등의 문제는 남한 내에서도 민감한 주제다. 그래서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구성해 나는 데 있어 후순위적 개념이다. 북한 주민 진료는 북한 의료인이 하는 게 원칙이다. 필요하다면 남한 의료인이 교육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상민: 정치·외교적인 갈등이 없는 남북 보건의료용어 통일이나 비교하는 작업은 전문가들끼리 교류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이나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고 어떻게 동질화해 나갈지 논의하는 작업을 후반기에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해도 북한이 원하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 전문성과 정치력을 갖춘 그룹으로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끌고 가야 한다.

사회: 남북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정부 부처나 전문가집단별로 내는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해 전략을 세울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윤석준: 컨트롤 타워가 없으면 분야별 중복 지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존에도 그랬다. 범부처 형태로 가면 좋은데 모든 일을 다 범부처 형태로 진행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모든 부처가 협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으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전우택: 남북 교류협력이 시작되면 서로 자기 분야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 등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해도 북한이 원하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전문성과 정치력을 갖춘 그룹으로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끌고 가야 한다.

박상민: 여러 부처가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으로 대북보건의료사업을 하고 외교부 산하 국제기구 기금에서도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각 단체들도 북한과 사업을 하기에 적어도 국무조정실 수준에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별도 재단이나 기관을 정해 국제사회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조정하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발점이 보건의료 분야라고 생각한다.

전우택: 평양공동선언문에 보건의료 분야가 중요한 항목으로 적시됐다는 건 굉장한 진전이다. 방역이나 특정 영역에서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면 훨씬 더 넓고 깊게 생각해서 준비해야 한다. 컨트롤 타워가 각 분야를 잘 설득해서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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