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여건 저하 불러올 것”…청와대 청원글까지 올라와

정부가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학과 학사 편입학 확대하겠다고 하자, 간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는 오는 2019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4년제 간호학과의 3학년 편입학 모집인원 비율을 30%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자 간호사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며 오히려 근무여건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정부가) 간호 인력 부족의 원인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체 어떤 머리에서 저런 발상이 나오느냐”며 “열악한 처우 때문에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상황에서 신규 간호사 배출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입이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도 간호사 수만 따지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열악한 근무여건을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간호사들이 많아 활동 간호사 수가 적기에 문제인 것”이라며 “그런데 거기에 (취업에) 경쟁할 인원까지 늘려버리는 것은 처우 개선에는 아예 손을 놓겠다는 게 아니고 뭐냐”고 비판했다.

익명의 간호사 B씨는 ”현재의 간호인력 부족 원인은 면허자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간호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게 핵심“이라며 ”그럼에도 근무여건을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정원을 늘려 더 경쟁시킨다면 결국 근무여건의 또다른 하락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예를 들어 200원 받고 일하고 있는데 내 옆에 사람이 100원 받고 일하겠다 하면 당연히 100원 받는 사람을 뽑지 않겠냐“며 ”휴일은 보장해달라 외치는 사람과 휴일에도 나오겠다 하는 사람 중 누구를 뽑겠나. 외과 등 기피과 문제를 의사 수 늘려 해결하자는 멍청한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간호대생 C씨도 ”2016년부터 2018년 입학 간호대생과 남학생들은 앞으로 (취업 등에서) 큰일났다. 취업지옥문이 열릴 것“이라며 ”안 그래도 5년전과 비교하면 토익 등 요건이 많이 생겨 (졸업생들이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는 경쟁이 더 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3교대하면서 오버타임(연장근무) 기본 2시간에 오프(휴가)는 달에 6개 주는 병원에서 근무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느니 누가 간호사를 하겠냐. 편의점 알바하는 것이 낫겠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간호사를 위해서, 간호대생을 위해서, 환자를 위해서 정책을 마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등록되기도 했다.

내달 7일까지 진행되는 이 청원에는 현재까지 9,498명이 참여해 동의를 표했다(9일 저녁 기준).

청원인은 “1년도 못채우고 그만두는 수많은 간호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저 간호대생을 늘리는 것이 해결방안이냐”며 “우리가 생각하는 방안은 근무 환경과 분위기 개선이지 그저 공급을 늘리겠다는 일차원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간호학생이 많아지면 뭐하냐. 어짜피 1~2년 안에 다 그만둘 것”이라며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며 10분만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수를 늘리는 것으로 절대 해결될 수 없다.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