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자체 퇴원명령 불이행, 환수처분 대상…계속입원은 감금행위로 그 자체가 위법”

지자체가 내린 퇴원명령을 불이행한 정신병원이 이와 관련한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당하자 법원에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B정신병원을 운영하던 A씨는 C지자체로부터 입원환자들에 대한 퇴원명령서를 받았다.

구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6개월 이내의 기간에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6개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입원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고 보호의무자가 입원동의서를 제출한 때에는 6개월 마다 시장 등에게 계속 입원 등의 치료에 대한 심사를 청구해야 하며, 그 심사 결과에 따라 퇴원명령을 받은 때에는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 입원치료를 진행했으며, 2017년 4월 결국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4,479만원에 대한 환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A씨는 “공단이 환수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이 효력규정 등에 위배돼 무효가 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C지자체로부터 받은 퇴원명령은 환자들을 퇴원시킬 의무만 부과할 뿐, 그 자체로 환자들과의 진료계약을 무효화하는 효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C지자체의 퇴원명령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의학적 관찰과 판단 없이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을 통해 이뤄져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등 입원 경로를 엄격하게 구분해 그 입원 및 퇴원 요건을 정하고 있다”면서 “그 입법 취지에 비춰보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입원 진료의 의학적 필요성 유무와 관계없이 법에서 정한 입원 경로별 입원 요건을 갖추지 못한 환자를 임의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켜 진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어 “퇴원명령에 반하는 계속입원 진료행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법한 감금행위이거나 그에 수반해 이뤄지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입원 진료를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행위”라며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이는 정신질환자에게 제공된 적법한 요양급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C지자체의 퇴원명령과 공단의 환수처분은 그 절차, 내용, 효과 등의 면에서 전혀 별개의 독립된 처분”이라며 “이에 ‘C지자체의 퇴원명령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공단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정신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환자를 지연 퇴원시키고, 그 기간 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간 사례에 대한 첫 판결”이라며 “환자의 기본권 보호를 중심에 두고 선고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당사자 간의 진료계약 효력과는 무관하게 관련 법령인 정신보건법령에 따른 퇴원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린 최초의 판결”이라고도 했다.

특히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진료계약을 체결할만한 온전한 의사능력이 있는지도 불명확하고, 대리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대리인들이 입원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들을 고려했을 때 진료계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원명령까지 위반해 가면서 요양급여를 지급받는 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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