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정부, DPP-4i 및 TZD병용 급여인정 합의안 마련했다가 고시 유예
현 급여기준, 국내외 진료가이드라인과 엇박자…급여 시 허가와 계열 절충 필요

제2형 당뇨병치료제 SGLT-2억제제 급여기준 개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년 간 논의 끝에 마련한 급여기준개선안이 고시를 목전에 두고 유예됐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정부와 학계는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 TZD 계열 약물 간 병용에 대해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현재 관련 약제들의 허가사항에는 각각의 약제들과 병용 여부가 다르다. 반면 관련 학회 진료지침에는 혈당조절을 위해 다른 기전을 가진 약제를 병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학계 내 진료지침과 급여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해 SGLT-2억제제 급여를 Class(계열)로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양측은 이와 관련한 최종 합의안을 마련, 지난주 이를 반영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대한당뇨병학회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 TZD 계열 약물 간 병용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학회 측은 정부와 합의한 것과 달리 급여기준을 계열이 아닌 허가사항을 토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보험법제위원회 박석오 이사(광명성애병원 내분비내과)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회 내부에서도 허가와 계열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학회는 허가사항과 보험급여기준 간에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계열별로 급여기준을 적용하되 기한을 정해 임상연구결과를 보고하는 조건부 동의를 이야기해왔다”면서 “그러나 언론에는 계열별 급여적용에 동의했다고 보도됐고,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정적으로 지난 9월 복지부가 조건부 임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우리도 입장을 철회한 것”이라며 학회가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SGLT-2억제제가 타 계열의 특정 약물 1가지 이상과 병용요법을 허가받았다면 타 계열의 다른 약물과도 병용급여를 인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부는 지난 추계학술대회에서 이것도 어렵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SGLT-2억제제 급여기준개선 논의 왜 나왔나
한국에서 당뇨병치료 시 급여기준을 일일이 들여다봐야하는 이유는 식약처의 허가사항, 학회의 진료지침, 복지부의 급여기준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치료제의 경우, 국내외 진료가이드라인과 조화를 이루고, 환자의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급여기준 개선이 요구돼 왔다. 실제로 DPP-4억제제의 경우 급여기준이 허가가 아닌 계열로 급여기준이 조정된 바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일부 DPP-4억제제는 허가사항에 없는 인슐린 또는 TZD 병용요법까지도 급여가 인정되는 경우가 생겼다. 급여기준을 계열별로 하다보니 허가초과범위에 대해서도 정부가 급여를 인정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SGLT-2억제제가 출시되면서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적용 셈법이 매우 복잡해졌다. 각 약물마다 허가사항이 다를뿐더러 허가사항이 상세하기 때문이다.

만약 허가사항대로 급여를 적용한다면, 같은 SGLT-2억제제 약물이라도 성분별로 처방에 한계가 생긴다.

더구나 SGLT-2억제제는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이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SGLT-2억제제인 포시가는 허가사항에 따라 자누비아와 병용가능하지만 급여는 인정되지 않는다.

자디앙 역시 트라젠타와 병용은 가능하지만 급여는 인정되지 않는다. 치료옵션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치료방법에 제한이 생긴 셈이다.

또한 허가사항에 따라 급여를 인정할 경우,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 안그래도 복잡한 급여기준이 더욱 복잡해지고 국내외 당뇨병 진료가이드라인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미국 등은 해외 진료지침에 따라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 TZD계열 병용이 가능하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복잡한 급여기준으로 인해 처방삭감이 빈번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혈압치료제의 경우 계열별 급여적용이 가능한데, 당뇨병치료제는 허가사항대로 급여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며 SGLT-2억제제 역시 계열별로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뇨병학회 역시 지난 2016년 경주에서 열린 29차 춘계학술대회에서 SGLT-2억제제 급여기준을 계열별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진료지침과 보험급여의 차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한림의대 유성훈 교수는 “SGLT-2억제제 급여기준은 성분별로 구분해 각기 다른 병용요법을 인정하고 있지만,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자유로운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어 처방에 혼란이 발생한다”며 “SGLT-2억제제도 DPP-4억제제와 동일하게 계열별 병용요법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날 참석했던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구미정 사무관도 “급여기준 때문에 진료에 불편이 있어선 안되기 때문에 학회와 논의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SGLT-2 급여기준 개선 난항…절충안 필요
하지만 지난 13일 당뇨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계열별 급여적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학회 내부에 형성된 이견이 수면위로 드러난 데다 학회가 제시했던 절충안조차 정부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이다.

울산의대 이우제 교수는 이날 “SGLT-2억제제의 국내 허가기준이 복잡하다보니 이에 따른 급여기준 역시 너무 복잡하고, 급여도 제각기”라며 급여기준을 계열별로 통일하되 SGLT-2억제제 중 다른 계열 약물과 병용요법이 있을 경우, 병용요법이 명시된 해당 계열 약물은 모두 급여가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약제과 구미정 사무관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같은 학회 소속인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재현 교수는 “SGLT-2억제제와 병용근거가 없는 DPP-4억제제를 급여인정할 경우,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계열별로 급여기준을 단순화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

현행 당뇨병 급여기준표를 토대로 재구성한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한 급여기준표

이처럼 정부와 학회 간에 엇박자가 생기면서 결국 지난주 예고됐던 SGLT-2억제제 급여기준 개선안은 보류됐다. 고시를 개정해야 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학회의 의견이 일치돼야 추진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당뇨병학회는 이번 문제의 원인은 복잡한 허가사항에 있다고 보고 식약처와 만나 허가사항 단순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석오 이사는 “식약처와 만나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식약처 허가사항이다. 허가사항 기술만 바뀐다면 계열별 급여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식약처 허가사항 기재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 가능하더라도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불투명하다. 합의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멀리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또한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 복합제가 허가돼 있고, 국내사들 역시 복합제 개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급여기준이 훨씬 더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이견이 표출된 합의안을 그대로 끌고가는 것 역시 정부와 학계 모두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이우제 교수와 박석오 이사가 제시한 절충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석오 보험법제이사는 "SGLT-2 억제제가 타 계열의 특정 약물 1가지 이상과 병용요법을 허가받았다면 동일한 계열의 다른 약물과도 병용급여를 인정해달라는 게 보험법제위원회의 의견이었다“고 언급했다.

즉, 포시가 허가사항에 자누비아와 병용요법이 있다면, 포시가와 다른 DPP-4억제제와 병용요법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포시가는 TZD 병용요법이 없기 때문에 TZD와 병용요법은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디앙의 경우, 허가사항에 TZD병용요법이 있기 때문에 다른 TZD약물과도 병용이 자유로워진다.

또한 SGLT-2억제제들은 모두 허가사항에 DPP-4억제제 병용요법이 있기 때문에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 병용급여 역시 가능하다.

복잡한 급여기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의료진들에게도 훨씬 단순화된 지침을 제시할 수 있다. 허가와 계열별 급여를 적절히 절충한 데다 진료지침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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