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아직 산업화 단계 아냐…소비자 입장 생각하는 기획자 출연 중요

한국에서 스마트(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2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18 스마트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헬스케어 시장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전문가 패널 토의가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스마트 헬스케어 혁신기술과 표준’이라는 주제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헬스케어에 대한 개발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산학연관 전문가 800여명이 참석했으며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도 함께 열렸다.

토의 좌장은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대표가 맡았으며 사회는 케어랩스 신현묵 CTO, 패널로는 웰트 강성지 대표,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차의과대 피부과학교실 김현정 교수, 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신 대표는 패널들에게 “한국에서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겠느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국내에서 스마트헬스케어 붐이 일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있지만 규제에 대한 불만, 한국이 스마트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토의에 참여한 패널들은 모두 현재 한국의 디지털헬스케어는 산업화로 가는 초기단계라고 봤다. 하지만 특수한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획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스마트 헬스케어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기획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헬스케어 서비스를 쓰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지금까지 성공한 헬스케어산업서비스는 홍삼과 안마의자 정도인 듯하다. 스마트헬스케어가 혁신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천천히 가더라도 전략과 기회를 채워줄 게 기획자들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 스마트헬스케어의 가장 큰 가치는 예방하고, 막아주는 것이다. 예측모델이 정교해질수록 파워가 커질 것이다. 데이터 수집을 하고 올바르게 분석하고 이를 적절히 제시하는 삼박자가 맞아야 스마트 헬스케어 완성형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까지 가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DHP 최윤섭 대표는 소비자의 동의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헬스케어가 필요하도록 방향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헬스케어는 상당히 특수한 산업이기 때문에 특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소비자가 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의료비용을 낮추고 좋은 가치를 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방향성에 대한 동의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에는 스마트헬스케어 산업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사막에 꽃(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고 토양을 바꾸는 것처럼,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패널로 참여한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트렌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강조했다.

윤 대표는 “지금 많이 쓰이는 면역력이란 단어는 2000년대 초반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일본책이 번역되면서부터인데 아무 의미가 없는 단어이지만 트렌드가 됐다. 스마트헬스케어 역시 트렌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차의과대 피부과학교실 김현정 교수 역시 현재 스마트헬스케어는 산업이 아니라는데 동의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이를 세분화하지 않은 채 산업을 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헬스케어는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약물개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각기 어떤 니즈가 있는지 세분화해서 봐야한다. 실제로 컨설팅을 하다보면 멋진 기술이라고 설명하는 대다수는 환자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기술이다. 헬스케어에 뛰어드려는 업체들은 내가 하려는 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명확하게 니즈를 분석해서 없는 것을 대체한다면 누구나 따라가게 돼 있다. 어떤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산업이 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전망은 희망적이라는 게 패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김 교수는 “의료진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장벽을 넘어야만 산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다행히 토론하고 방향을 이끌어주는 사람(의료진)들이 있다. 현재 방향을 설정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창업자들의 수가 더 많아져 생태계가 구축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창업자들의 수가 늘었으면 한다. 결국 굉장히 크고 예쁜 꽃이 피어야만 생태계에 들어온 사람들이 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규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강 대표는 “최 대표가 사막의 꽃을 이야기 하셨는데, 저희는 사막의 새싹쯤 될까 싶다. 씨앗을 많이 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씨앗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제가 말하는 씨앗이란 소비자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그런 기획자를 의미한다. 창업자여도 좋고, 주변에서 돕는 사람이어도 좋다. 삼성 사장단의 특징은 가장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라며“디지털헬스케어 선두주자인 분에게 ‘헬스케어는 잊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0대가 애인과 헬스케어 중 어떤 것에 관심 있을까. 30대는 직장과 헬스케어 중 무엇에 관심이 있겠으며, 40대는 자녀교육과 헬스케어 중 어떤 것에 관심 있겠는가. 진짜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송 대표는 “협의의 디지털헬스케어라고 이야기하자면 관련된 업체가 통틀어서 100개가 안된다. 정책을 바꾸거나 의견을 내는 것은 중앙부처나 청와대까지 잘 전달이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이야기를 들으려고 상당히 많이 노력을 한다. 우리가 직접 사업을 하면서 마주하는 애로사항에 대해서 풀리든 안풀리든 어찌됐든 이야기하면 그에 대해 피드백이 있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안되더라도 이런 목소리가 모여서 산업 자체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지 않나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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