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환자의 비밀은 반드시 지켜져야…의사가 써서는 안되는 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가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기록한 글을 개인 SNS에 올린 것을 놓고 의사들 사이에서 의료윤리 위반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을 강서구 PC방 피해자 담당의라고 밝힌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남궁인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상황을 기술했다.

그는 환자가 도착한 당시의 상황, 상처의 위치, 응급처치 과정, 자신의 견해 등을 기술했다.

그는 “억측으로 돌아다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뤄지고 사회적으로 재발이 방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남궁인씨의 글은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받아 현재까지 4만5,300여회 공유되고 20만개의 공감(좋아요 등)을 받았다.

댓글을 통해 네티즌들은 ‘가짜와 조작이 판치는 이 시대에 용기를 내주신 (남씨에) 무한한 종경을 표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의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지난 20일 남궁인씨의 글이 직업윤리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의사는 진료과정에서 얻은 환자의 비밀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직업윤리가 깨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자신의 진료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기면 환자는 의사에게 모든 걸 털어 놓을 수 없다”며 “의사가 어느날 (환자의) 성병 기록을 떠들고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전문직의 프로페셔널리즘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이번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며 심신미약으로 판결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남씨는) 막연한 분노로 심신미약을 없애자는 선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장을 지지하게 하기 위해 환자가 죽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꼬집었다.

A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하고 이런 글을 쓸 수는 있다. 끝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글솜씨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하다”며 “그러나 의사가 써서는 안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사 B씨도 남궁인씨의 견해에 대한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B씨는 “이 문제는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진상조사'를 위해 담당의사가 피해자의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이 의료윤리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문제”라며 “그리고 환자의 사망현장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공개하는 것이 환자의 정보와 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의사의 윤리의무를 위배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B씨는 “그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진상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환자의 잔혹한 사망현장을 공개한 것”이라며 “다만 그의 글솜씨가 남다르게 뛰어나기에 그가 '글'로 전한 현장의 모습은 사진 만큼 어쩌면 독자의 상상이 가미될 경우 사진보다도 더 잔혹하게 전달이 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의사들은 ‘(남궁인씨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의협 윤리위원회에 회부돼야한다’, ‘아프리카 빈곤포르노처럼 저는 그 글이 응급실포르노로 느껴졌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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