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소규모 업체로 위장…중국 등 진출에 악영향

최근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 무자료 거래가 발생해 충격을 던졌다. 문제는 이러한 의약품 무자료 거래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져나온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자료 거래는 왜 발생할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무자료 거래는 거점 또는 총판 도매업체와 거래하는 도도매 업체 혹은 도도도매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자료로 거래되는 품목들 중 상당수는 비급여이면서 인기있는 제품이며, 또 거점도매업체나 총판업체를 통해 다른 도매업체들에게 판매된다.

삭센다 처럼 일반인들이 바라는 대형 인기 제품은 경우에 따라 도매업체 3~4곳을 거쳐 유통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약품 무자료 거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자료 거래를 시도하는 도매업체의 경우, 대부분 개인사업자 형태가 많다.

이들은 도매업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의약품 창고는 임대나 물류 위수탁 방식으로 해결하고, 허위매출세금계산서나 허위매입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의약품을 거래하고 있다.

과거 적발된 A도매업체의 경우 세금계산서 수취를 기피하는 일부 약국에 37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무자료로 판매하고, 도매상 등에는 허위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교환하는 방식으로 의약품을 빼돌렸다.

또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무자료 거래의 경우 치과, 약국, 병원 등을 이용해 해당 기관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서 물건은 개인판매나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등으로 밀수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은 결탁한 기관과 나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가 의약품 유통 시스템 투명화를 추진하면서 무자료 거래가 자취를 감추는 듯 했지만, 최근 국내보다 신약 허가가 상대적으로 늦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음성적 거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자료 거래 정황이 의심되는 업체들 상당수가 개인사업자로 쉽게 폐업하거나 제3자 명의로 도매업을 개설해 단서를 잡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견 도매업체 관계자는 "도도매 업체까지는 관리가 돼도, 그 이상의 경로를 거치면 거점도매업체나 총판도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무자료 거래의 특성상 내부고발이 아니면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자료 거래를 하는 업체는 수사 정황이나 낌새가 있으면 폐업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발생하는 수익은 큰데 반해 단속은 쉽지 않아 무자료 거래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반복적인 해외 밀반출용 무자료 거래가 해당 국가 진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용시장이 거대화 되는 조짐을 보이는 중국에서 한국산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한국산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상당한 수의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관세청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1,460억원 어치의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중국에 수출됐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포장만 유사할뿐 실제로 효과가 없는 짝퉁 의약품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무자료 거래를 한 것이 알려지면) 관리감독 소홀로 중국 허가 당국에게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게 무자료 거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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