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협, 국회 토론회서 ‘간호조무사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병협 "투명인간으로 보는 의료법이 문제"…복지부 "보상방안 검토"

2018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나 올랐지만, 간호조무사의 연봉은 평균 2,24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4% 인상되는데 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무법인 상상 홍정민 노무사는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2018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2018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무법인 상상 홍정민 노무사는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2018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2018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노무법인 상상에 의뢰해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2일까지 10일간 전국 간호조무사 5,8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태조사는 올해로 3회째다.

조사 결과, 2018년도 임금총액(연봉)은 평균 2,249만원으로 지난해 2,134만원보다 115만원(5.4%)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월 평균 10만원이 오른 셈이다.

기관별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연봉이 3,271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치과의원 2,397만원, 일반 병원 2,239만원, 의원 2,177만원, 한의원 2,034만원 순이었다.

최저임금 지급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7.5%(1,546명)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34.3%(1,930명)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 61.8%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보다 적게 지급받고 있었던 것이다.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하 수준으로 받는 간호조무사도 40.4%나 됐다.

20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기본급은 157만3,770원이다. 그러나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이 27.0%(1,436명)였으며 최저임금 수준으로 기본급을 받는다는 응답은 13.4%(711명)였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을 초과하고 170만원 미만인 경우가 29.8%(1,582명), 17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21.9%(1,163명),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6.6%(353명) 등으로 나타났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은 한의원에서 34.3%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 32.0%, 상급종합병원 29.8%, 요양병원 28.4% 순으로 높았다.

근무 경력이 많아도 급여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력 10년 이상 간호조무사의 47.0%, 5년 이상 10년 이내 경력자의 63.8%가 최저임금보다 동일하거나 적게 받고 있었다.

홍 노무사는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률이 나타난 점을 볼 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수혜가 간호조무사 직종에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에도 미만율이 (작년에 비해) 높아진 현황에 따라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지급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무 환경도 열악해 간호조무사 4명 중 1명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23.9%(1,379명)가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폭언, 폭행,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도 29.9%(1,716명)나 됐다. 유형별로는 폭언 27.6%, 폭행 1.4%, 성폭력 0.8%였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노동조합은 철저한 근로감독 실시와 표준근로조건협약 체결 등을 통해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재수 정책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헌법,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에 보장된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관련단체 간 노동시간, 법정수당 등을 지키야 한다는 표준근로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호소하며, 정부가 진찰료 인상 등으로 저수가 기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가 온라인을 통해 개원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의협 설문조사 결과, 개원의 295명에 ‘최저임금 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간호조무사가 있는지를‘ 묻자 85.1%(251명)가 ’없다‘고 했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의 삶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의 삶과 자영업자로서의 삶이 중복돼 있는 열악한 상태”라며 “간호조무사의 근무여건이 열악하지만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의사도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우리는 구인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성 이사는 “현재와 같은 의료제도 하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근무자들의 근무여건 개선은 요원한 게 현실”이라며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은 건강보험 저수가 기조 개선,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 인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미래정책부위원장도 ”병원계 현장은 척박하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간호관리료차등제 적용에 있어 병동 간호인력으로 수가 보전이 없기 때문에 속된 표현으로 투명인간이 돼 있는게 현실 “이라며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열악한 수준인 이유는 이들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의료법에 있다. 적정한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전제가 돼 진료환경을 꾸려나갈 수 있게끔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현재 실시 중인 간호조무사 근로활동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지난해 토론회 이후 정부에서 1억원을 받아 간무협과 같이 근로활동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 연구용역이 지역별 근무기관별 근로환경에 대해 파악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곽 과장은 ”복지부에서는 인력수급 문제 등 환자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성폭행, 폭력 가해자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정지 제재 규정을 담은 개정안이 나왔는데 이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해 의료기관 내 성폭행을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향후 보건의료 인력지원 특별법이 의료기관 내 처우를 결정하는 기본법으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인력 투입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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