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 "삼바 분식회계 시간만 끌어…주가 하락 상당히 우려"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불확실성 해소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키운 금융당국의 책임도 상당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결정을 바라본 현직 바이오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개별 기업의 잘못을 신속히 가려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태도 때문에 바이오 관련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적절성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했다. 이에 따라 14일 오후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 실질심사에 돌입했다.

증선위가 거래정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분식회계 논란은 일단락 되는 듯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2015년으로 거슬러가 무려 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를 변경한 이후 201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같은해 참여연대와 정의당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에 앞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고, 이듬해 3월 특별감리에 착수하면서 지루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2018년 5월 증권선물위원회 자문기구 감리위원회 1차 회의를 시작으로 5월에만 3번의 감리위가 열렸고, 6월에는 증권선물위원회 회의가 세번 열렸다.

특히 증선위 2차 회의에서는 2015년 이전 회계처리 적정성을 검토하기로 결정하는 등 뒤늦은 대처가 나오기 시작했다.

7월에 열린 증선위 4차, 5차 회의에서는 금감원 재감리 요청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동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회계부정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10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조치안 첫 심의에 돌입했고, 지난 14일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 거래정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2년을 넘게 분식회계 여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금융당국의 말바꾸기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참여연대의 첫 질의서에서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결과가 적정하는 결론을 얻었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1년 3개월이 지난 2018년 5월 금감원은 계속된 의혹제기에 직접 감리를 실시한 결과 분식 회계 혐의를 찾았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증선위 역시 14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같은 회계 장부를 두고 입장이 바뀐 금융당국의 태도는 결국 불확실성 해소가 가장 큰 장벽인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은 대부분 연구개발 그리고 제품화를 위한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크게 반영된다"면서 "지금과 같이 같은 결과물을 두고 해석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면 산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심리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체 IR담당자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만 지지부진하게 흘렀고, 입장이 바뀌면서 정부 스스로가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해석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어 불안한 심리가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 회사 IR담당자는 "정부의 방향을 보면 바이오 산업 특성 보다는 일반 기업들의 기준처럼 보수적인 접근을 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면서 "11월과 12월의 흐름이 연말연초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에서는 주가 하락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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