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판사 "위험하지 않지만 판독오류 가능성? 기기 위해성 없음 자인한 것"
안과 "새로운 기술 나와도 맘대로 못써"…국생연 이윤성 원장 “논리 개발 필요”

안과 의사들이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등의 한의사 사용을 허용한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의사들의 주장이 비논리적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대한의료법학회는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와 ‘현대의학과 한방의료’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회에 참여한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 회원들은 헌재의 잘못된 결정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과학회 한 회원은 “(헌재가 한의사에 허용한 의과의료기기에) 안과기기가 4가지나 포함돼 있다”면서 “헌재는 4가지 기기의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된다고 했지만 하나도 자동으로 추출되지 않는다. 다 우리가 분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해당 의료기기들이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했지만 만약 오진으로 그 사람이 실명한다면 신체에 아무런 위해가 없는 게 아니다”라며 “헌재의 논리라면 침습적이지 않은 모든 진단기기는 (한의사에게) 허가가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헌재가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부분도 잘못됐다”면서 “세극등현미경의 경우 빛의 방향이나 각도, 넓이에 따라 100가지 이상의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각막 전문의가 아니라면 진단을 잘못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료기기 사용은 적절한 트레이닝을 받은 의사가 해야 한다 ▲검사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지만 판독 오류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 ▲해당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사고가 났을 때 100%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만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과의사회 한 임원은 헌재 판결 당시 전문가 단체에 의견 조회를 진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가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 판결은 우리가 연락받지 못했다”면서 “굉장히 서운한 것도 그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를 졸업하고 그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와 의과의료장비가 있고 한의대를 졸업하고 그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와 한방의료장비가 있다”면서 “그 면허의 벽을 넘어선 안 된다고 알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거기에 없는 것을 쓰면 불법의료행위”라고 피력했다.

또 “안과 의료기기 4종류는 전 세계에서 안과 의사만 쓴다”면서 “(한의계에서는) 배워서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도 안 쓰고 안과 의사만 쓴다. 배워서 할 수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설명하며 안과 의사들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박영호 부장판사는 “의사들이 ‘검사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지만 판독 오류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이는 기기 사용으로 위해가 생기지 않다는 점을 의사들이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헌재 결정문에도 그대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는 “진단 검사가 설명의무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모든 진단 검사가 그 대상은 아니다”라며 “모든 진단 검사로 위해가 생긴다고 하면 의사들도 자기 목 죄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심지어 맥박 잴 때도 (설명의무를) 하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의비급여를 ‘불법’으로 지칭한 발언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박 부장판사는 “(의사들이)법적으로 너무 무식하다”면서 “임의비급여는 불법이 아니며 급여를 주지 않을 뿐이다. 그것을 불법의료행위라고 하면 법적으로 대화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부장판사는 이어 “법조인들은 ‘의료행위를 잘 모른다’고 전제를 하는데 (의사들은)불법이라고 너무 확신을 하고 이야기한다”면서 “앞서 발표자가 보험급여와 무면허의료행위를 전제로 한 불법행위는 다른 측면의 문제라고 설명했는데도 남의 이야기를 안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이윤성 원장은 “안과 의사들이 (안과 의료기기를)쓰는데 법에서 피부과 의사가 쓰면 불법이라고 돼 있냐”라며 “우리는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의사들은 상대가 누군지 간에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그리고 수준이 거의 비슷하다. 네 사람이 이야기하나 다섯 사람이 이야기하나 다 똑같다. 그러지 말고 훌륭한 법조인을 고용해 논리를 개발해라.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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