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발된 ‘텔레노이드’ 효과 확인 중…건강보험에서 로봇 구매 지원하기도
니시오 슈이치 연구원, 본지 ' Dementia & Technology' 컨퍼런스서 로봇활용 사례 소개

우리나라가 고령사회 대비를 위해 벤치마킹 하고 있는 일본이 치매환자와 소통을 위해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치매환자는 사람과 직접 소통보다 로봇을 매개로 한 대화를 더 좋아하며, 이 과정에서 치매환자와 소통이 어려운 보호자는 물론 간병인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효과를 확인한 일본은 건강보험에서 로봇 구매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일본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 니시오 슈이치 주간연구원은 17일 청년의사가 주최한 'Dementia & Technology' 융합컨퍼런스에서 'Portable android robots for aged citizens:overview and current results'를 주제로 발표하며 치매환자와의 소통에서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니시오 연구원이 소개한 로봇은 텔레노이드(TELENOID)다. 로봇과 전화기를 합한 형태로, 2010년 처음 개발된 텔레노이드는 현재 인공지능(AI)를 탑재한 버전까지 개발 중이다.

누군가 텔레노이드를 활용해 치매환자와 대화를 할 때 텔레노이드 머리에 장착된 카메라 등을 통해 치매환자를 보면서 대화하게 된다. 치매환자는 로봇과 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대방은 치매환자와 화상통화를 하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니시오 연구원은 텔레노이드를 ‘친근한 전화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니시오 연구원은 사람이 직접 치매환자와 소통하는 것보다 텔레노이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니시오 연구원은 “텔레노이드는 치매환자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개발됐다. 치매환자는 자신이 뭔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까봐 소통을 안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텔레노이드는 치매환자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니시오 연구원은 “때문에 텔레노이드는 얼굴은 사람 형상을 하고 있지만 몸 부분은 추상적으로 만들었다”며 “치매환자가 텔레노이드를 보고 여러 사람을 떠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시오 연구원에 따르면 치매환자들이 텔레노이드를 활용해 누군가와 대화했을 때 실제 대화보다 더 편안하게 느낀다.

니시오 연구원은 “처음 개발했을 때 텔레노이드를 어디서 활용해야 할지 잘 몰라 쇼핑몰, 양로원, 교실 등에서 활용했는데 양로원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며 “이 로봇을 활용한 노인에게 ‘텔레노이드와 손자 중 누가 더 소통하기 편했나’라고 물었는데, 응답자 중 1/3 이상이 텔레노이드가 더 편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텔레노이드를 활용하면 치매환자 보호자나 간병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니시오 연구원은 “치매환자들 중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대화 중) 소리나 비명을 지르는 심각한 증상을 앓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보호자나 간병인이 힘들 수 있는데 텔레노이드를 활용하면 환자들이 진정되고 행동심리증상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치매환자들이 텔레노이드와 대화를 좋아하는 것이 일본 치매환자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은 아니라면서 덴마크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덴마크에서도 (일본과) 다르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어떤 노인은 텔레노이드와 2시간 이상 대화하기도 했다”며 “다만 로봇을 좋아하는 일본과 다르게 덴마크에서는 ‘부모를 로봇에게 맡겨도 되는가’라는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간병인이 자신들의 일을 로봇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텔레노이드는 소통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좋아했다”며 “(치매환자와 소통하는 것에 대해) 보호자나 간병인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텔레노이드의 효용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미 건강보험에서 텔레노이드 구입비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텔레노이드는 굉장히 비싸다. 한국 돈으로 1,000만원 정도인데 현재 요양원 등에서 실험적으로 20개 정도를 사용 중”이라며 “하지만 일본에서는 텔레노이드 활용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때문에 로봇을 1/1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치매환자들은 사람보다 텔레노이드와 대화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치매환자들이 텔레노이드를 활용해 보호자나 간병인과 대화함으로써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텔레노이드를 활용한 치매노인과의) 더 많은 소통은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보호자와 간병인의 삶의 질 개선과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노인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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