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엔 한 목소리…‧재원 투입‧진료 거부권 신설 등 추가 논의 이어질 듯

여당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임세원 교수 피습 사건과 관련한 재발 방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진료 거부권 신설 및 사법 입원 도입 등 의료계가 원하는 방안에 대해 여당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대책 마련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는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료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료계에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상훈 회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선 TF 위원장인 윤일규 의원을 비롯 권미혁, 신동근, 정춘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의료계 단체장과 위원들의 모두발언만 공개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비공개 회의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방안에 대한 의료인 단체 및 학회의 입장 발표와 자유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TF위원들은 모두발언을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일규 TF 위원장은 “이번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지만 서로 받아들이면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근 의원은 “고 임세원 교수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정신질환자들이 편견 없이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 두 가지를 원했고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면서 “지난주 보건복지부 보고를 받았고 이번에는 의료계 의견을 듣고 가능하면 당 차원의 대책 마련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신설을 위한 수가 마련, 안전인력 배치 비용 등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아울러 정신질환자들이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합당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권미혁 의원은 “반짝 관심이 아니고 대책이 잘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의사 단체장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기관 내 폭력이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료기관 내 폭행의 심각성이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면서 “이번 간담회가 의료기관 내 폭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병협 임영진 회장은 “임 교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의료는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가 기반이다. 이번 기회에 신뢰가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또 의료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더욱 안전한 의료현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강북삼성병원 임직원들은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좀 더 신경을 써줘서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정신질환 환자들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정신과 환자들이 잘 치료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상훈 회장은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법안부터 손질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여당 관계자는 이날 논의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은 지난 연말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여당에 의료계 의견이) 전달됐다”면서 “야당에서 법안이 나왔지만 여당에서도 발의됐다. 이에 대한 논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여당이 재원을 투입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원 투입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나 명분이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또 의료계에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를 세분화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를 통해서 해야 할 문제가 있고 복지부 고시 개정 등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따로 있다”면서 “지금은 요구사항이 혼재돼 있는데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할 부분과 정부의 고시 개정이나 판단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단기 과제나 일회성 예산 투입이 필요한 부분은 정리가 되면 연말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추경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논의는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금 설치도 반대하지는 않지만 기금이라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장기적으로 재원이 투자되는 부분은 기금 방식으로 논의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재원이 들어갈 사안도 있다. 사안들을 ‘조금 분리해서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수가 문제에 대해선 “보험파트와 별도로 논의해야 하는 일이고 국회는 개입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진료 거부권 신설과 사법 입원 도입에 관련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료인 보호와 관련한 진료 거부권에 대해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수긍이 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당의 입장에서는 ‘양면성이 존재하고 역설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해 장벽을 높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고인의 유지도 (정신질환자에 대한)진료 장벽을 낮추는 것인데 (진료 거부권은)반대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 입원에 대해서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적용하는 과정에서 양면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면서 “(사법 입원에 대한)우려를 최소화하면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적 접근법으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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