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항소 기각…헌재 “금고 이상 의료인에 면허 정지 처분만 내리면 공익 침해 위험 커”

리베이트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수차례 법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구제받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인용하며 기각했다.

부산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1년 6월경 P제약회사 영업사원 B씨로부터 ‘자사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해주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이에 응했다.

그리고 2014년 7월까지 총 34차례에 걸쳐 총 4,371만원을 교부받았다.

이를 적발한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고 1심 법원은 징역 6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추징금 4,371만원이 선고했다. A씨가 이에 불복,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모두 기각돼 2017년 4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복지부는 2017년 9월 14일 A씨에 대해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의료인이 의약품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등 경제적 이익을 받는 방법으로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때에는 구 의료법 66조1항9호에 다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한편, 동법 65조1항1호, 8조4호에 의해서는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면서 “위 규정들은 상호 모순·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허 취소 규정은 의료인의 결격사유와 관련된 것이지만 면허 정지 규정은 의료인의 자격을 전제로 일시적인 자격정지 요건을 정하고 있고, 입법자가 의료인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 취득 금지와 관련한 행정제재로서 1년 이내의 자격정지로 충분하다고 보면서 면허 취소 등을 고려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면허 정지 규정은 취소 규정의 특별법에 해당한다”면서 “또 면허 정지 규정은 취소 규정의 신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면허 정지 규정은 특별법 또는 신법으로서 면허 취소 규정에 우선해 적용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복지부는 면허 취소 규정을 우선해 적용해기에 해당 처분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두 조항은 입법 목적과 적용 범위가 다르다”고 설명하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먼저 “면허 정지 규정은 의료인이 의약품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등 경제적 이익을 받는 것으로 방지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를 확보하고, 의사로 하여금 환자를 위해 최선의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국민 건강증진을 도모함은 물론 보건의료시장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면허 취소 규정에 대해선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는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음으로써 의료인이 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해 의료인 자격을 박탈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두 규정은 입법 목적이 다르다”고 판시했다.

또 “면허 취소 규정은 그 행위가 형벌을 가해야 할 정도에 이르러 해당 의료인이 관련 의료법위반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때 적용되지만 면허 정지 규정은 그 행위나 해당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그 정도 이르지 아니한 경우 적용되므로 그 적용 범위를 달리한다”면서 “면허 취소 규정과 정지 규정이 상호 모순·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의약품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A씨는 면허 취소 규정이 적용되는 게 합당하다”면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과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와 서울고법 모두 A씨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리베이트를 이유로 금고 이상의 형까지 받은 의료인에게 면허 취소 대신 면허 정지를 시키는 제재만 할 경우 의료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확보라는 공익이 침해될 위험이 클 것”이라며 “이에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도 헌재 결정을 근거로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면서 “A씨의 항소는 이유가 없기에 이를 기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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