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일반인‧암환자 등 4176명 설문조사 결과 발표…"질병 악화될수록 필요성 더 느껴"

국민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임종단계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 국립암센터 암생존지원과 김영애 박사팀은 23일 ‘사전의료계획’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 2016년 2월 제정된 이후,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초부터 시행됐다.

현재 성인이면 임종기 연명의료를 어떻게 할지 미리 상의하고 문서로 남길 수 있으며, 지난 3일 현재까지 접수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수는 10만명 이상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지난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지역 일반인1,241명, 암환자 1,001명, 환자가족 1,006명, 의사 928명 등 총 4,176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자료제공: 서울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일반인 46.2%, 암환자 59.1%, 환자가족 58.0%, 의사 63.6%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자신의 질병 경과가 악화되거나 예측이 가능할수록 점점 높아졌는데 말기 진단을 받았을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일반인 68.3%, 암환자 74.4%, 환자가족 77.0%, 의사 97.1%에 달했다.

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권유하기 적절한 시점에 대해서는 ▲사망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술이나 처치 시행 전 ▲특정 중증질환 환자의 입원·응급실 방문 시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등이 모든 집단에서 높은 순위로 꼽혔다.

‘사전의료계획’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는 ▲대대적인 홍보 및 교육 ▲가까운 곳에 등록기관 설치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 마련 ▲사전의료계획에 관한 보험수가 마련 등이 제시됐다.

특히 의사들은 ‘죽음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 문화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른 집단보다 중요하게 봤다.

‘사전연명계획’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건강이 악화됐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다 ▲사전에 결정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의견이 바뀔 것 같다 ▲문서를 작성하더라도 내 뜻대로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등이 있었다.

박혜윤 교수는 “대상자 상당수가 적절한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사전의료계획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일반인과 환자 눈높이에 맞는 제도가 설계된다면, 많은 이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호 교수는 “대대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면서 “또 건강할 때, 중증질환 진단 시, 말기 진단 시 3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사전의료계획 작성에 대한 수가를 인정해 의료진들의 원활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통증과 증상 치료(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1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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