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상임이사 “의대생, 의사도 전공의도 아니란 이유로 인권 보호 사각”

의대생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결과를 바탕으로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 조항을 의료법과 전공의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상임이사는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 10층에서 열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대생들의 인권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이사는 “2년여간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의대생들은 구조상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지만 의사도 전공의도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인권에 대한 부분이 법 조항 내에 규정돼 있지 않다”며 “현재 추진 중인 의료법과 전공의법의 개정을 검토하고 비인권적인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평가인증 기준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대 평가 항목에 의대생의 인권에 대한 부분을 포함해 보호를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는 “병원과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가 그나마 이뤄지고는 있으나 그 기준을 보면 직원의 안전에 대한 항목만 있을 뿐 학생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못하다”며 “특히 여성 전공의를 선발하지 않는 등의 관행이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의료기관평가인증에 없다. 인증 기준에 전공의 선발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부분을 반드시 포함해 실제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의대에 대한 평가는 의평원에서 하고 있지만 오는 2019년 도입되는 새 평가기준(ASK2019)에도 의대생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에 대한 내용이 제시돼 있지 않다”며 “학교 폭력 발생여부, 신고에 대한 지침, 지침의 이행여부 등을 평가의 주요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와 인권이라는 항목을 적어도 한학기 동안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이 이사는 ▲인권 교육과 정기적 실태조사 ▲교내 권위주의 문화 철폐 ▲강력한 가해자 처벌 ▲철저한 피해자 보호 ▲의료관련 인권기구 설립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대협 김서영 부회장 당선인도 법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다만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인권위 권고 중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내용의) 구체성을 갖출 수 있다면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료법에 (의대) 학생의 위치에 대한 역할과 지위에 대해 명확히 해서 의료계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선배(의사)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의 피해를 공론화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일련의 과정은 숭고한 희생일수도 있지만 한 개인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며 “더 이상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당장 문제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인권 문제 해결에 나중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법을 강화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며 자정노력을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의료법 또는 전공의법 등 모든 법에는 일종의 목적이 있다”며 “(의대생 인권에 대한 부분이) 이 목적에 부합한지. 일반법에 적용을 받아야 할지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금지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되는 방향도 있다 그러나 (의대생 폭력부분에 대해) 이 부분에 대해 강압하는 것이 과연 통할 것인가”라며 “족보를 그룹안에서만 차별적으로 공유하는 등의 악습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인권문제를 강제하는 것 외에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나”라고 반문했다.

권 사무관은 “법,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려면 사회에서 여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법 개선 등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방법에 대해서는 대신 의료계 내에서 자정노력이 일어나야 한다. 학장단 모임, 의협, 의학회가 핵심이다. 이들간 대화의 장부터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의과대학 평가 인증에 의대생에 대한 폭력 부분을 반영하는 것과 인권 관련 교육을 포함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김정훈 사무관은 “(인권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의과대학 평가 인증에 의대생 폭력과 관련된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며 “다만 폭력 발생에 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대학의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오히려 부정적 평가를 인식해 대학이 폭력 발생을 은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사무관은 “그렇기에 인증기준은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잘됐는지 등을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학교가 폭력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사무관은 “교육과정에 인권 관련 항목을 편성할 수 있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며 “다만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부분은 대학의 자율적인 역량의 부분이기에 논의를 시작으로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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