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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는 기만이다”…국회에 울려퍼진 임세원법 반대 목소리

기사승인 2019.02.09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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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권단체 등 참여해 “반인권법 반대한다…즉각 폐기하라” 주장
전문가들, 사법입원제도 도입 위해 행정·재정 지원 촉구…복지부, 공감

임세원법 논의를 위해 마련된 공청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신질환자 대상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조현병환우회 등으로 구성된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공대위는 ‘과거로 회귀하는 반인권법 반대한다’, ‘공청회는 기만이다’, ‘반 임세원법 반대한다’, ‘정신병원의 가혹행위 실태조사가 먼저다’, ‘우리가 떠나겠다. 정신장애인 이주할 섬을 달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공청회 시작 전까지 구호를 외쳤다.

정신장애인들의 예상치 못한 시위가 벌어지자 윤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이렇게 의견이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어떻게 하면 환자들과 의료인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하고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법안을 준비했다”며 “의견들이 다양할 수 있는 만큼 혹시 (입법 과정에서) 소홀한 점이 있는지 공청회에서 되돌아보고 (비판의) 의견은 겸허히 받겠다. 선한 의도에서 (입법이) 이뤄졌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그렇게(불편하게) 느낀다면 개정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 나선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공대위 소속의 한 참여자는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있냐. 국회의원이면 똑바로 이야기하라”며 “당사자들의(정신장애인) 의견 없이 이런 법안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신장애인은 매일매일 죽어나간다”고 소리쳤다.

공대위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임세원법이라는 명분만 빌려서 고인의 유지에 반하는 악법을 강행하고 있다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공대위는 “고인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픔에 빠뜨린 충격적인 사건으로 고인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선책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이 내놓고 있는 여러 대안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여러 안들은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제입원, 강제외래치료명령, 강제관리의 실패한 낡은 시스템을 강화시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인 당사자의 인권을 억눌러선 안된다”며 “서비스 이용자에게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줘 제공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치료와 여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식적인 공청회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병원 전수조사를 통한 치료받지 않는 이유 파악 ▲당사자 중심의 재활활동 등 수행을 위한 재정지원 ▲폐쇄병동 즉각 폐쇄 및 피해자 보상 ▲응급치료를 제외한 강제입원·치료 금지 등을 요구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파도손 이정하 대표도 “발의된 법에는 강제입원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당사자들의 권익에 대한 부분은 없다”며 “법안 발의의 배경도 살인사건에 대한 것으로 시작된다. 마치 정신장애인들을 살인자 취급하는 늬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사법입원제도 도입 등의 제도적 확충과 더불어 정신건강 공적 재원의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사법입원제도 도입과 지역사회기반 치료를 위한 준사법적 기관 설립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으며, 서울대 법학전문대 이동진 교수는 법 개정 등 제도개선과 더불이 인적 물적 지원이 있어야만 현실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 “제도가 사실은 개정을 거듭할수록 이상하게 됐다. 이렇게 된 이유는 돈이나 사람 등의 실질적인 노력을 들이지 않고 법조문의 몇글자를 고쳐서 개선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고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법, 제도는 제도대로 정상적인 궤도로 올리고 인적, 물적 지원으로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도 ▲급성기 적정 치료 체계 구축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실현 ▲단기입원 유도를 위한 수가체계 마련 ▲범국민적 인식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사법입원 도입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번 사건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했다.

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실무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사법입원에 따르는 여러 인프라의 확충”이라며 “현재 신규 비자의입원 건수는 4만여건으로 연장심사건수만도 7만건으로 총 10만건에 이르지만 판사 수는 40명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국선변호인, 호송인력, 심문절차 등의 여러 인프라가 있어야 제도의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과정에서 입원적정성평가가 사법입원으로 전환될 경우 인권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도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을 통해 (복지부가) 한 처절한 반성은 정신질환에 대한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권 국장은 “5년 주기로 된 정신질환 실태조사 주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소아청소년들은 제외돼 있는 만큼 작은 샘플사이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태조사 전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상부터 제대로 파악하자는 것이 내부의 반성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권 국장은 “기재부와 논의하고 싶은 사항은 정신질환시설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조금이 집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보조를 지자체에서 하다보니 (정신질환관련 사업이) 관심밖의 사업이 돼버리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개정안 중 경찰관과 구급대원에 이송을 담당토록 한 부분이 인권침해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경찰청 김종민 생활질서과장은 “후송조치에 경찰과 구급대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공권력이) 개입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후송하는 것은 인권침해적인 문제가 있고 환자나 가족이 반발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정신질환(여부)에 대한 판단도 힘든 상황에서 경찰이 후송을 할 경우 불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후송한다면 편견이 커질 수 있고 경찰의 원래 역할인 치안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민주 기자 minju9minju@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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