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료 환자 대비 모든 원인으로부터의 사망은 52%, 간암은 34% 낮아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irect-acting antivirals, DAA) 치료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DAA로 치료 받은 만성 C형간염 환자는 치료 받지 않은 환자 대비 모든 원인으로부터의 사망 위험은 52%, 간암 위험은 3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란셋(The Lancet)에 DAA로 치료 받은 만성 C형간염 환자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서의 사망, 간세포암 및 비대상성 간경변증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한 프랑스 연구진들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들은 프랑스 내 32개 간 전문 센터에 등록한 성인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수행했으며, 만성 B형간염 환자, 비대상성 간경변증 이력이 있는 환자, 간암 혹은 간이식 환자, 그리고 인터페론-리바비린 혹은 1세대 프로테아제 억제제로 치료 받은 환자는 이 연구에서 제외됐다.

연구의 1차 종말점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간세포암,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발생률이었고, 해당 결과와 DAA와의 연관성은 'time-dependent Cox proportional hazards models'을 사용하며 정량화했다.

2012년 8월 6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의 10,166명 환자 가운데 9,895명의 추적관찰 정보가 분석에 활용됐다.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은 33.4개월이었으며, 추적기간 동안 DAA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7,344명, 추적기간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2,551명이었다.

추적기간 동안 218명의 환자가 사망했으며(치료군 129명, 비 치료군 89명), 258명의 환자에서 간세포암이(치료군 187명, 비 치료군 71명), 106명의 환자에서 비대상성 간경변증이 각각 보고됐다(치료군 74명, 비 치료군 32명).

변수 보정 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DAA 사용은 간세포암(미조정 위험비(unadjusted HR) 2.77, 95% CI 2.07-3.71) 및 비대상성 간경변증(3.83, 2 .29-6.42)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및 HCV 치료 이력, 알코올 습관, 기저 질환 등의 변수를 보정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DAA 사용은 모든 원인에서의 사망(조정 위험비(adjusted HR) 0.48, 95% CI 0.33–0.70)과 간암(0.66, 0.46–0.93)의 감소와 관련이 있었으며, 비대상성 간경변증과는 관련이 없었다(1.14, 0.57–2.27).

연구진은 DAA 치료는 사망과 간암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으며, 모든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DAA 치료가 고려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간 만성 C형간염 치료에 있어 DAA 사용은 간암 증가 이슈로 논쟁이 있어 왔다. 기존 인터페론 치료가 간암 발생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는 보고되어 왔는데, DAA 치료가 확대될 쯤 DAA 사용이 간암 재발과 간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스페인 연구가 2016년 발표되며 논쟁이 점화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간센터 박준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DAA 사용이 간암 위험을 낮춘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전향적 연구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의료진들도 DAA가 간암 발병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어 왔지만, 해당 연구가 이를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통해 최초로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준용 교수는 이어 만성 C형간염의 조기 치료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사망과 간암에 집중했지만, 사실 C형간염은 간에만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적인 질환으로 치매, 당뇨 등과 같은 다른 질환과도 연관이 많다"고 말하며, "때문에 C형간염 환자를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다른 질환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완벽에 가까운 치료율뿐 아니라 사망 및 간암 위험을 감소시키는 DAA의 효과가 이번 연구로 입증되며, 국내에서도 항체 스크리닝을 통한 만성 C형간염의 조기 치료로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간 전문 의료진들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박준용 교수는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감염병 중 완치가 가능한 질병은 드물다. 때문에 완치가 가능한 C형간염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만 하면 비용부담이 큰 간암 발생 위험 자체를 줄일 수 있다"며, "C형간염 항체검사를 생애주기별 국가검진에 포함하고, 시기별로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스크리닝을 통해 C형간염 환자를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추후 진행될 간경화나 간암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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