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길병원 위법적 수련환경 폭로…“정부가 수련환경 개선에 나서야"

최근 사망한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가 주당 100시간이 넘게 근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한 전공의 신 모씨가 주당 59시간을 연속수련하고 주당 110시간을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전공의 사망 사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측은 전공의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수련환경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전협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전협은 길병원이 수련시간을 전공의법에 맞추기 위해 ▲휴게시간 임의 제외 ▲허위 당직표 기록 ▲서류에 근무시간 누락 ▲교육 목적의 연장수련(8시간) 등 확대해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 1월 7일부터 13일까지 주당 평균 118시간을 근무하고 최대연속수련은 59시간(12일 오전 7시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이었다.

대전협은 길병원이 전공의법에 정해진 주 80시간 근무에 맞추기 위해 실제 근무한 24시간 중 4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처리하고 20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적 목적으로 주당 8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이용해 근무시간을 매주 87시간에 맞췄으며 당직표도 허위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 씨는 공식 제출된 당직표보다 당직을 3번 더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 씨의 누나는 길병원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고인이 살인적인 노동 환경에서도 환자와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생의 죽음은 병원의 주장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동생은 살인적인 노동 환경 속에 환자와 꿈을 위해 참아왔다”며 “그러나 병원은 동생의 수련환경에 문제가 없었으며, 동생의 근무태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젊은 전공의의 처우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군복무 중에도 봉사를 하던 동생의 명예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는 전공의들에게 아픔과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길병원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 측에는 이번 기회에 수련 환경 실태를 조사해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제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속한 참혹한 현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난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병원은 법을 지켰다는 말만할 뿐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며 ”길 병원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독해야할 보건복지부는 그럴 의지가 없다. 전공의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시정명령을 받은 병원은 손에 꼽힌다”며 “그렇기에 수련병원은 과태료 100만원 쯤에는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정부는 익명으로 접수되는 제보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전공의법 준수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며 “이제는 전공의 근로와 교육수련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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