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법원, 금고 1년6월‧1년에 집유 3년 선고…“주의의무 위반 인정돼”
의협 최대집 회장 “실형 선고, 유감…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작업 본격화”

오진으로 환아를 사망케 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가정의학과 의사에 대해서는 과실을 인정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은 15일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의사 A씨,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 가정의학과 의사 C씨(당시 전공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는 무죄, B씨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0시간, C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먼저 피고인들의 공소 이유에 대해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A씨는 이상소견에 대해 정확히 진단을 하거나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사실, B씨는 응급실 엑스레이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견서, 진료기록 등을 확인하지 하지 않은 사실, 당시 전공의였던 C씨는 응급의학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을 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피고인들에 대한 심리 결과를 발표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피해자 증상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귀가시킨 처치가 잘못됐다는 의심은 들지만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의 체온이 정상이었고 의식도 명료했다”면서 “복부 통증 외에는 다른 통증 호소도 없었고 흉부 엑스레이 촬영결과 이상 소견서가 작성되기는 했지만 A씨가 진료할 당시에는 이를 참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의 횡격막 탈장이 초기였고 추적관찰을 위해 외래진료를 지시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A씨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B씨에 대해선 “의사가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를 할 재량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 재량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평균적인 소아과의사의 경험과 지식을 비춰봤을 때 반복해서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흉수가 관찰되고 엑스레이상 횡격막 경계선이 불분명했다. 설령 그 즉시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검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도 ‘응급실 진술진료 기록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견을 확인했다면 처치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면서 “그렇다면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C씨가 이전의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사실과 응급의학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두 번째 응급실 내원 당시 이미 3차례 진료 받았고, 이상소견 밝힌 영상의학 보고서는 병원 내에서 공유되는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더욱이 피해자의 보호자는 피고인에게 몇‘ 차례 변비약 처방을 받았는데도 복통을 호소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C씨는 피해자가 처음 내원한 것으로 오인하고 과거 진료기록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6월 8일자 흉부 엑스레이 촬영결과, 좌측 횡격막 경계선이 관찰되지 않았고 육안 상으로도 좌우 횡경막의 상태가 차이가 있었다”면서 “수련 중인 전공의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같은 상황에서 아무런 소견을 내지 않고 응급의학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보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평균적인 전공의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A씨에게는 무죄, B씨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0시간, C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유족과 1억3,000만원에 합의를 한 점, B씨가 초범인 점, C씨가 당시 전공의로서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이종 범죄에 대한 벌금형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이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됐다.

무죄 선고를 받은 A씨는 일간지에 재판 결과를 공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

최대집 회장, 법원판결에 불만…"합의에도 불구하고 실형, 유감"

한편 이날 재판을 방청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법원 판결에 불만을 표했다.

최 회장은 “소아과 의사와 가정의학과 의사는 구속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실형 선고와 마찬가지”라며 “민사 배상이 이뤄졌고 형사 사건에서도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실형이 선고 된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환아 사망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여러 번 이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면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의료 특성상 그러지 않다. 언제든지 좋지 않은 결과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소아 복통환자에 대한 전 의료계의 진료 행태가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많은 검사 이뤄질 것이고 의학적 원칙 넘어설 정도로 과도한 추적 관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의료행위에서 고의에 준하는 과실이 아니면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앞으로 검찰 기소나 법원 판결 관행이 의료계 특성 반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실에 대해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응급의료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인식 갖고 있었다. 1심보다 의료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높아진 것으로 이해하겠다”면서 “환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의협 차원에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