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좌담회] ‘C형간염 누가 감시할 것인가?’② "유병률 낮지만 조기 발견 통한 이득 많아"

C형간염에 대한 혁신적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계보건기구(WHO)도 잠재환자를 발견해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예방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한간학회와 대한소화기학회 후원으로 학계, 정부, 환자단체가 참여한 ‘C형간염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특집 좌담회를 마련했다.

대한간학회 등 전문가들이 C형간염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행보와 발맞춰 C형간염 퇴치사업을 검토 중이어서 주목된다

C형간염은 간암·간경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발병 시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에 WHO도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위해 전세계 보건당국을 대상으로 C형간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C형간염 환자의 신속한 검진과 치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C형간염을 국가건강검진사업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C형간염을 국가 검진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별도의 예산 확보해서라도 별도 조기 발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은 본지가 주최한 ‘C형간염 누가 감시할 것인가?’ 좌담회에 참석해 C형간염 퇴치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C형간염 조기발견 사업에 대한 논의가 정부 내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음은 지난 '“C형간염 퇴치 전략, 국가가 확실히 마련해야”'에 이은 두번째 순서로 C형간염 퇴치에 대한 학계, 정부, 환자단체가 구상하고 있는 C형간염 퇴치전략에 대해 들었다.

좌담회에는 학계에서 순천향의대 김영석 교수, 김홍수 교수, 연세의대 김도영 교수, 정부에서 복지부 정영기 과장, 환우회에서는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가 대표로 참석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윤구현 대표 : 대한간학회가 발표한 C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는 C형간염의 감염 경로로 수혈, 문신, 불완전한 주사기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산하 수혈부작용소위원회 위원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수혈로 인한 C형간염 발생 건수는 0건이다.

C형간염의 발생 경로 중 하나로 수혈이 언급되고 있지만, 2005년 핵산증폭검사(NAT) 도입 후엔 수혈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수십명의 집단 C형간염을 일으킨 다나의원 사건 후 원내 감염에 대한 우려는 과거보다 높아졌다. 실제로 다나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서울현대의원 등에서 발생한 C형간염 환자만 300여명이 넘는다. 또 과거 언론에서 치과 치료시 C형간염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최근 치과 감염에방 관리를 위해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때문에 C형간염을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C형간염 환자가 간경변 간암 등으로 진행됐을 때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국가검진을 통해 조기진단 및 치료를 하는 비용이 더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선 국가검진 포함이 비용효과적이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또 검진을 통해 C형간염 환자를 찾아도 완치 가능성이 높은 C형간염 신약이 고가라는 점에서 비용부담을 느끼는 게 아닐까.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

정영기 과장 : 유병률 5%, 비용효과성 등 국가건강검진 기본적인 원칙을 세운 게 2011년도다. 2011년 이후 들어온 건진 항목은 대부분 이 원칙에 맞춰 들어온다. 물론, 100% 이 원칙을 적용하는 건 아니다. 또 단순히 유병률 5%를 넘느냐만 보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할 정도로) 관리가 시급하거나 중요한 질병인지 여부, 유병률은 낮지만 질병이 유발하는 진료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리뷰한다.

2011년 이전에 도입된 국가건강검진 항목들 중 현재 기준에 충족 못하는 것도 상당하다. 이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는 폐결핵 진단을 위한 흉부 X선 검사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밖에 이전에는 건강검진 항목에 들어 있었던 심전도가 제외됐고, 2년에 한 번씩 진행되던 고지질이상혈증 검사도 2018년부터 4년에 한 번씩으로 조정됐다.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포함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문위원들의 판단은 C형간염을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 판단의 배경 중 하나가 유병률이 워낙 낮다는 것이었다.

또 정부가 진행한 연구에선 건강검진을 통한 C형간염 조기진단 및 치료가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진료 현장에서 (C형간염) 의심 환자를 찾는 것 보다 일반인 대상으로 검사해서 (C형간염을) 찾는 것이 이득이냐를 따져봤을 때 그리 큰 이득을 보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이유로 C형간염이 국가건강검진 포함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순천향의대 김홍수 교수

김홍수 교수 : 국가암검진 사업에서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은 원인이 (B형·C형간염, 간경화 등) 비교적 잘 드러나 있다. 이 중 간경변 환자는 증상이 뚜렷해 파악이 쉽다. 하지만 B형, C형간염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검사를 하지 않으면 위험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나마 B형간염은 군대나 직장 건강검진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지만, C형간염은 검사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C형간염이) 유병률이 낮다고 지적하지만, 5대 암인 간암 원인의 10~15%가 B형, C형간염이다. 여기에 B형간염 환자가 (국가예방접종사업 등으로) 크게 줄고 있지만, C형간염은 원인 파악도 힘든 상황이란 점에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윤구현 대표 : 일부 대기업 등의 직장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명이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이들 중 자신이 C형간염 검사를 받았는지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높지 않다고 여겨진다. 역으로 (C형간염) 중복검사도 적잖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중복검사 등을 막기 위해 고위험군을 선정해 일괄 검사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때도 비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홍수 교수 : C형간염의 유병률이 과연 1%대에 불과한가도 의문이다. 국내에서 전체 인구대비 유병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앞서 수혈에서 C형간염 환자 발생이 0%라고 했다면, 현재 발생한 C형간염 환자의 감염 경로들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C형간염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개선돼야 할 점도 여전하다. 과거 온라인에서 치질이 생긴 C형간염 환자는 대중목욕탕에 가지 마라는 말을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환자와 같이 대중목욕탕에 있었다고 C형간염에 걸릴 확률은 내가 대통령이 되는 확률과 같다.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데이터가 없이 정책을 결정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연세의대 김도영 교수

김도영 교수 : 맞다. 현재 C형간염 위험요인 중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건 ‘나이(연령)’ 뿐이다. 다른 건 의심되는 수준이다.

김영석 교수 : 과거 수혈을 피주사라고 부르며, 수혈받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때가 있었다. 또 지금보다 외과적 수술도 많아 수혈이 자주 이뤄졌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C형간염 환자가 나이가 들면서 표면에 드러나는 경향도 있지 않을까.

정영기 과장 : 정부가 C형간염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들을 잘 찾아내서 치료에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합의한 건, ‘C형간염 퇴치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현재는 그 방법과 대상 등을 놓고 논의 중이다. 다만 퇴치사업을 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요한 만큼, 관련부처와 잘 논의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안은 예산과 방법 등이 결정되면 발표할 예정이다.

당부하고 싶은 건 정부가 진료비 부담 때문에 환자 치료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은 환자를 가능한 효율적 방법으로 찾아내서 치료해서 질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순천향의대 김영석 교수

김영석 교수 : 시범사업이든 국가사업이든 또는 퇴치사업이든, (C형간염은) 거의 비슷한 대상을 기준으로 비슷한 검사를 한다. 어떤 게 비용 효과적일지는 따져봐야 한다. 간학회에선 국민 대상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진행할 때, 매년 또는 2년에 한번씩 하는 것 보다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발병률을 조사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홍수 교수 : 퇴치사업이 잘 논의돼서 치료의 영역까지 이어지면, C형간염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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