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료계 지정 추진에도 보훈처 신중…아웅산 테러 피해자 후 30년 넘게 민간인 지정 없어

故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센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이 의료계, 정치권, 보건복지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법에 명시된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라는 용어의 추상성 등을 이유로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최근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실에 제출한 ‘故윤한덕 센터장 국가유공자 지정 관련 보훈처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가유공자법에 명시한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자 적용대상’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 기틀을 공고히 하는데 이바지해 국가발전에 뚜렷한 공로가 있는 사람 ▲국권의 신장과 우방과의 친선에 이바지해 국가발전에 뚜렷한 공로가 있는 사람 ▲국가의 민주발전과 사회정의의 구현에 이바지해 국가발전에 뚜렷한 공로가 있는 사람 ▲그 밖의 사유로 국가와 사회발전에 헌신적으로 이바지해 국가발전에 뚜렷한 공로가 있는 사람 등이다.

보훈처는 입장문에서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라는 용어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다양한 계층이 적용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향후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적용기준을 마련하고 고 윤한덕 센터장의 특별공로자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자제도는 버마 마웅산 묘소 폭파사건 희생자 17명 이후에는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언급했다.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을 통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람은 희생자 17명이지만 이 중 민간인은 주치의 1명과 기자 1명 등 총 2명뿐이다.

민간인 신분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례는 이후 30년이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으며, 보훈처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보훈처에 관련 질의를 했던 장 의원실 관계자는 “30여년 전 민간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사례가 있음에도 (보훈처가) 그 이후로 민간인 국가유공자 지정 발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며 “국가안전을 위해 응급의료체계에 헌신하다 사무실 의자에서 돌아가신 윤 센터장에 대해 (국가유공자) 지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센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은 최대한 빨리 결정돼야 한다. (보훈처는 새로운 기준을 이야기 하는데) 현재 있는 기준으로도 국가유공자 지정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난 30여년 동안 민간인 국가유공자 지정이 없었는데) 이번 윤 센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은 향후 민간인 대상 국가유공자 지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더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보훈처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보훈처는 복지부 요청으로 윤 센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접수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보훈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유공자 등록 절차는 등록신청서가 제출되면 보훈처가 요건확인 후 보훈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하고 심사 후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윤 센터장의 경우 복지부 신청 후 보훈처가 심사위 안건 상정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보훈처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국가유공자 지정 추천이 왔고 접수가 된 것은 맞지만 아직 공식적인 심의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고 심의위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며 “내부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 등을 받고 있으며 여러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국가유공자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한은 없다”며 “장 의원실에 보낸 답변내용 등을 포함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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