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회장 “의료전달체계 확립 첫 걸음 될 것…진찰료, 외과계‧내과계 세분화 해야”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종별에 따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동수 회장은 지난 17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으로 경증환자나 중증희귀난치병 모두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문턱을 상징적으로 높이는 차원에서 현재 경증환자에 대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종별에 따른 차등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일련의 사고나 문제 발생 과정을 보면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이 우리 의료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빅 5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가 1만명이 넘는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에서는 수술과 입원, 검사가 지연되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인력이 모자라 PA 등 의료행위를 하면 안 되는 사람까지 만들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개원가는 환자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방안으로 ‘종별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도입을 제안했다.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지난 2011년 시행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에 따라 경증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페널티 차원에서 환자에게 약제비를 더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까지는 고혈압, 당뇨병 등 52개 질환에 대해 적용됐으며, 11월에 중이염, 티눈, 결막염 등 48개 질환이 추가돼 현재 100개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100개 질환에 대한 약제비 본인부담률은 의원급·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처방전으로 약을 구입하는 경우 30%, 종합병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으로 약을 구입하는 경우 40%, 상급종합병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으로 약을 구입하는 경우 50%다.

이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선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기준을 현재의 경증질환 대상이 아닌 종별로 전환하고, 본인부담률은 의원급 30%, 병원급 40%, 종합병원급 50%, 상급종합병원급 60%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약은 해당 환자에게 검사나 진료가 계속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기준”이라며 “대학병원에서 1~2년씩 반복적인 처방만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환자들 때문에 진료가 밀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일·이차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자들이 곧바로 삼차로 가기 어렵게 인위적인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중증 환자는 큰 병원에서, 경증 환자들은 개원가에서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절약된 약제비는 희귀난치병 환자 지원이나 저수가 해결의 재원으로 쓸 수 있다”면서 “‘종별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의사들이 이익을 보는 건 없다. 그저 잘못된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왼쪽부터)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조정호 보험이사, 문기혁 학술이사,이동수 회장, 정병수 학술부회장, 김용우 총무이사

이 회장은 또 현재 진행 중인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있어 진찰료 수가를 과별 특성에 맞게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적정수가 보장을 위한 진찰료 인상에 동의하지만 자칫 환자를 많이 보는 과만 유리해 질 수 있다”면서 “상대가치점수를 추계하는데 있어 의사 업무량, 진료 내용, 위험도 등을 주로 고려하지만 내과계와 외과계는 환자를 보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내과계는 주로 문진, 시진, 청진을 시행하지만 외과계는 촉진과 타진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진찰료 수가를 획일적으로 정하기보다 내과계와 외과계의 차이를 보정을 할 수 있는 툴을 마련해 이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있어 정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조금 더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뇨의학과의사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보건복지부가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급여화로 인한 의료행위 증가는 30%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손실보상이 관행수가대로 이뤄질 경우 상종이 더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는 현행 종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선 급여화 과정에서 대학병원 이상에서 이뤄지는 행위들 위주로 손실보상이 이뤄졌다”면서 “비뇨기초음파 보상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지 상당히 염려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검사비가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몇 년 후 만약 복지부가 예상하는 수요보다 더 많이 증가했을 때 삭감이나 급여기준 조정을 통해 의원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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