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제약노조 한국MSD지부, 지나친 CP·근로복지 후퇴 등 불만…5차례 교섭 '난항

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한국MSD가 후퇴하는 복리후생, 과도한 직원 감시 등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사측이 지부장에 대해 수차례 징계를 내리면서 교섭조차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MSD 직원들은 근로복지 등에 관한 규칙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이하 민주제약노조)에 17번째 지부로 가입했다.

노동조합은 결성 수개월 만에 390여명의 직원들이 가입했는데, 이는 그만큼 사내 불만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전언이다.

노조는 직원들의 기업 평가를 위해 매년 실시하는 '보이스 서베이'에서도 한국법인 점수가 가장 낮게 나왔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본사로부터 지침이 내려온 바 있다고 했다. 사실상 경고를 받은 셈이다.

노조 결성 후 사측은 그간 보상이 되지 않던 연차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등 뒤늦게 시정조치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일부만 지급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이에 노조는 매년 늘어나는 매출에 반해 직원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은 도리어 후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글로벌 톱10 제약사라는 명성과 달리 영업사원을 계약직으로만 돌리는 등 근로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과거엔 계약직 90%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계약직이 떠나고 비는 지역을 남은 직원들이 떠안는 등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MSD가 실시하는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Self-assurance)이 과도하게 영업직원의 업무 활동을 감시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Self-assurance'는 의사 등 고객을 상대로 제품 설명회 등 행사를 진행할 때 직원들이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는지 외부 업체가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는 활동 등을 말한다.

노조 측은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이 해당 시스템을 비효율적이라 판단해 없애는 추세임에도 MSD만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모니터링이 행사 후 식사 자리까지 이어지고, 고객 이름과 식사 메뉴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대화 내용을 녹음하기도 해 직원들 사이에선 갑질이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또 고객의 개인정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동의없이 수집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과한 모니터링이라고 지난해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측은 정 부담이 되면 제품 설명회 등 행사를 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것도 업무의 일환이고, 인센티브와 직결돼 직원 입장에선 안 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직원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사측이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강제로 동의를 받아냈다고 했다. 사측이 미사용 연차를 수당 혹은 이월 선택하는 제도에서 이월만 하도록 변경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동의'를 눌러야만 사내전산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동의를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신의 직장이란 명성과 달리 지금은 경영진과 직원 간 괴리가 크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오죽하면 '백 투 더(back to the) MSD'라는 구호까지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노조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측과 다섯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이 지부장에 대해 3~4차례 서면 경고 징계를 내리면서 분위기가 악화됐다. 경고 처분의 이유는 대부분 근무시간에 사내 전산망을 통해 메일을 보내는 등 노조활동을 했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민주제약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사측에 깔려있는 것 같다"며 "본 내용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한국MSD는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한국MSD는 "미사용 연차에 대해서는 다음 해로 이월 혹은 즉각적인 금전 보상이 가능하도록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이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일하기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규정 및 활동을 검토하고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밝혔다.

'Self-assurance' 프로그램 지속 이유에 대해서는 "의학 정보 및 제품 관련 정보를 관계자들에게 전달할 때 적법성, 투명성, 균형성 및 정확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따라 지속적으로 내부 절차를 점검하고 개선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면서, 가장 적절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이 관계자들과 교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MSD는 'Self-assurance'과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self assurance program시 고객의 대화내용을 녹음하지 않는다. 또한 고객의 개인정보는 고객이 MSD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직접 동의하거나 영업 사원들이 고객에게 설명하고 직접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원활한 노사 협의를 통해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 노조와의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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