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바탕 치매치료제 임상시험 수십년째 제자리걸음

바이오젠이 지난 21일(현지시각) 개발 중이던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임상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바이오젠은 이날 경증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아두카누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는 3상 임상시험인 ENGAGE와 EMERGE 연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아두카누맙의 1b상 PRIME 연구의 연장연구로 안전성 평가를 위해 진행 중이던 2상 연구인 EVOLVE 연구도 중단한다고 했다.

바이오젠은 이번에 중단한 ENGAGE와 EMERGE 연구의 자세한 결과를 향후 관련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실패로 얻은 지식들이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치매 치료 기전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오젠은 이번에 중단하는 연구들에서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며, 아두카누맙의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진행 가능성은 열어놨다.

바이오젠은 "이 같은 결정은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가 실시한 무효성 분석 결과에 따라 1차 종료점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며, 이는 아두카누맙의 안전성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주요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가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과 연관이 있고,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거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치매 치료 또는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아두카누맙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기전으로 개발된 단클론항체다.

앞서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가설을 바탕으로 치료제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16년 말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를 노린 일라이 릴리의 단클론항체 '솔라네주맙(solanezumab)'이 2,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혜택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그보다 앞선 2013년에는 화이자의 '바피뉴주맙(bapineuzumab)'이 3상 임상시험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두 임상 모두 연구 대상인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질환 진행 단계가 임상 실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릴리는 현재 솔라네주맙을 인지기능 및 기억력 저하 위험이 높은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릴리는 또 솔라네주맙과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병용이 유전자 변이로 인해 조기에 발생하는 유전성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적인지를 알아보는 2/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MSD도 β-세크리타제(BACE) 억제제인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로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해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려고 시도했지만 2017년 초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로부터 무효하다는 평가를 받고, 그해 2월 조기 단계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역시 중단됐다.

존슨앤존슨도 BACE억제제인 '아타베세스타트(atabecestat)'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 지연 효과를 노렸지만, 간독성으로 인한 간손상 부작용으로 작년 5월 임상시험을 포기했다.

로슈가 개발 중이던 단클론항체 '크레네주맙(Crenezumab)'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크레네주맙 역시 3상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인정받지 못해 올 1월 임상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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