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약사에 처방변경 맡기는 건 어불성설…의료계 배제한 시범사업 확대, 국민건강 악화 초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방문약사 시범사업’이라고 불리는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방문약사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단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다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약의 전문가이자 처방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사가 시범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그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6월 대한약사회와 MOU를 체결하고 같은 해 7월부터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시범사업은 빅데이터(진료내역)를 기반으로 지역을 선정한 후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지정해 진행했다.

방식은 약사회 소속 약사와 공단 직원이 함께 대상자 가정을 방문하고, 지속적(4회) 투약관리로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올바른 약물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협에 따르면 당시 공단은 ‘시범사업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는 업무가 아니며, 잘못된 약 사용을 교정해주는 것으로 지역의사회 및 관련 학회 등이 참여해 제대로 된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5일 공단은 기존 시범사업과 달리 지역 의사회-약사회-공단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 지역 및 대상 질환을 확대해 시범사업을 추가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단이 실제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회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시범사업을 변형해 일방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현재 학회 및 의사회가 배제된 채 약사회와 진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하는 것이자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당장 눈에 띄는 문제점만 봐도 약사가 공단의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사약물 중복 등 부적정 처방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처방은 심도 있는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약제를 선정하는 과정”이라며 “다약제 복용 환자에 있어서 환자의 질환과거력, 신체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 영양상태 등 환자상태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처방이 변경돼야 하며, 이는 단지 몇 가지 데이터에 근거해서 조절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질병상태를 파악하는 진료행위가 배제된 채로 방문약사가 너무도 쉽게 부적정 처방임을 환자에게 언급했을 때, 의사-환자의 신뢰관계에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임의로 변경된 처방을 환자가 복용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가져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공단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다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약의 전문가이자 처방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사가 시범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그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의사와 약사 등 각 직능의 고유영역과 업무범위를 지키지 않고 함부로 넘나들게 하는 행위야말로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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