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협 이재학 이사 “등급 간소화·가산금 축소·감산제 폐지 필요"
복지부 "3차 상대가치 개편시 논의…보건의료인력지원법 통해 해결책 고민"

간호등급제가 지역별·종별 간호 인력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간호등급제 및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보완과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 대기제도 폐지 등 개선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재학 재무이사는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공동주최로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인력 수급의 현실과 제도개선 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간호사 분포 현황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3.5명)는 OECD 평균인 6.5명의 53.8%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간호사 신규 인력 배출이 늘고 있지만 간호사 총 면허 소지자(37만 4,990명) 중 활동 간호사(18만 6,000명, 2017년 기준)가 49.6%에 머물고 있다.

특히 간호 인력 문제는 지역별, 종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인데 충청남도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2.36명으로 서울(4.49명)의 52%에 불과했다.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수가 각각 4만7,131명과 6만1,544명으로 전체 활동 간호사 수의 25.4%와 33.1%에 달했다. 즉 종합병원 이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우리나라 전체 활동 간호사 수의 약 60% 달한 것이다.

이 이사는 이같은 간호 인력의 지역별·종별 불균형의 원인으로 ‘간호등급제’를 지목했다.

이 이사는 “간호등급제의 본래 취지는 입원진료 시 간호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의료기관의 간호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인력 기준에 맞는 의료기관에 간호등급 가산금이 지급되자 간호사의 급여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도권 및 대형병원으로 간호사들이 더 편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간호사 편중으로 간호등급제 기준을 계속 충족하는 병원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병원은 더 많은 간호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면서 “결국 간호 인력의 대도시·수도권 집중화 및 지역 중소병원의 간호사 이탈이 더 심화되고 현재는 도서지역 병원 간호 인력 공동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지역의료가 해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 이사는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이사는 “현재 7등급인 간호등급제는 간호 인력이 많을수록 수가를 가산하는 방식의 유인시스템으로 인력의 한계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간호등급제 등급을 간소화하고 가산금 축소 및 감산제 폐지가 조속히 필요하다. 더불어 간호등급제 기준을 병상 수에서 환자 수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급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하면서 해마다 정원의 2~3배수를 선발해 대기제도를 운영하는데 이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면서 “이는 대기 중인 간호사를 아르바이트 임시직으로 내몰고 중소병원에는 조기퇴사라는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간호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수가 체계의 개편과 지방 및 중소 병원의 간호사 보조금 등의 재정적 지원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야근 근무 부담 완화 및 처우 개선 ▲시간제 간호사 인력 산정 방식 개선 ▲간호대학의 확대 및 입학 정원 확대로 신규 간호사 배출 증가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센터 등 활성화 대책 ▲공공 분야에서는 간호사 수요 완급 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병협 이상운 의장도 간호등급제의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우리나라 전체 병상은 60만개 수준인데 활동 간호사는 18만명에 불과하다”면서 “그런데 병원급의 간호등급제 1등급 기준은 간호사 한 명 당 환자 2.5명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이어 “환자 당 간호사 수로 질 가산이 붙다보니 상급병원으로 간호 인력이 편중되고 결국 국민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하는 정책들로 인해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의장은 “현재의 잘못된 문제를 고치려면 의료전달체계와 간호 인력 배치가 패키지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간호등급제 7등급 중에 1,2등급은 없어도 된다. 그러면 상급병원 수익이 줄어들게 되고 간호사들도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호등급제가 차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병원은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인데 왜 간호등급제만 있고 다른 직종에 대한 가산제는 없냐”면서 “이는 다른 의료 인력에 대한 차별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이어 “원칙적으로 이러한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은 두 가지”라며 “간호등급제와 비슷하게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에 대한 등급제를 시행하거나 반대로 간호등급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제시된 대책과 방안을 잘 검토해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은 “(간호인력 불균형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수급불균형 뿐 아니라 수요에 대한 문제와 적절한 전체 파이에 대한 공급의 문제가 직역과 지역, 종별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은 확실하다. (내부적으로)문제와 방향성은 많이 논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이어 “지난해 초 간호 인력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고 단기적으로 근무환경이나 처우개선을 통해 면허를 가진 사람이 더 활동하게 활동하는 방안과 수급을 늘리는 방안이 여기에 포함됐다”면서 “수가 관련해 시간제 간호사 보상 기준과 야간 근로 수당 등이 확보되고 간호등급제의 기준 변화도 있었다. 일단 대책을 진행하고 있는 건 50%정도 진척되고 있는데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회에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됐고 의료 인력에 대한 수급과 처우개선, 양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단기적으로 지난해 발표한 대책을 착실히 수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간호사 인력 문제를)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도 했다.

간호등급제 개편 요구와 관련해선 “병상 수 기준을 환자 수로 개선하는 튜닝을 했지만 지역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하니 그 지적은 새겨듣겠다”면서 “3차 상대가치개편이 인력을 베이스로 수가를 더 주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기에 간호관리료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는 그 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 대기순번제에 대해선 “병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봤는데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면서 “다만 같이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에 동의해 현재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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