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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국회 모두 반대하는 아토피 화장품, 식약처만 ‘찬성'?

기사승인 2019.04.15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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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피부과학회 "아토피환자들 치료 시기 놓쳐 피해볼 것…화장품법 시행규칙 철회해야"

피부과전문의들이 2년 째 기능성화장품에 아토피 등 질명병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 화장품법 시행규칙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전히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지난 8일 화장품법 시행규칙 반대입장을 밝히며 식약처장 면담요청 공문도 보냈지만 식약처는 묵묵부답이다.

대한피부과학회‧대한피부과의사회‧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12일 중앙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화장품법 시행규칙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했다.

대한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중앙대병원 피부과)은 “화장품 시행규칙이 그대로 허용된다면 아토피환자들은 해당 제품이 국가기관이 공인한 효능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결국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아토피는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질환이다. 아토피피부염, 비염, 천식 등이 아토피에 포함된다.

선진국병이라고도 불리는데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등이 유전적인 요소와 맞물려 증가하고 있다. 아토피가 심하면 망막박리로 인한 실명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의학기술로 완치는 어렵지만 최근 생물학적제제 등이 개발돼 출시되면서 심각한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완치에 가깝게 치료된다.

대한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

서 회장은 “아토피피부염을 진단하는 기준이 있다. 단순히 피부가 가렵다고 해서 아토피피부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주진단기준 3가지, 부진단기준 14가지 중 4가지를 충족해야한다. 화장품법 시행규칙 시행으로 아토피피부염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5월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일부 개정되면서 기능성화장품에 아토피 등 질병명을 기재하는 게 가능해졌다.

개정 전 기능성화장품은 미백, 주름, 자외선 차단만 인정됐지만 시행규칙 개정으로 염모제, 제모, 탈모방지제, 여드름성피부완화(욕용제), 아토피성피부 완화제, 튼살 개선제 등이 추가됐다.

개정 전부터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등 6개 전문가단체가 질병명 기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반대했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도 청구했다.

또한 아토피라는 질병명을 기재하는 대신 ‘보습 및 장벽기능 강화 및 개선에 도움을 주는’ 등의 표현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피부과학회 설명이다.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도 전문가단체, 환자단체, 국회는 기능성화장품에 질병명을 기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질병명 삭제 및 의약외품 전환 등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에 식약처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시행규칙 개정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토피 기능성화장품이 허가된 사례는 없다는 게 피부과학회 설명이다. 또한 식약처가 아토피 화장품 심사 기준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전문가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진행됐다고도 지적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토피성 기능성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은 올해 11월 제정된다.

서 회장은 “전문가들이 가만히 있으면 올해 안에 아토피 기능성화장품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기본적으로 아토피가 좋아지거나 아토피를 화장품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표현은 위험하다. 병명을 화장품에 넣을 수 있는 나라도 몇 곳 있지만 엄격한 책임을 져야한다.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기관에서 효능을 인정해준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아토피 기능성화장품이 출시된다면 피부과전문의들 역시 수혜자다. 관련 임상시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화장품업계에서는 피부과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의뢰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서 회장은 “우리가 보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무척 심한 증상을 보인다. 그런 환자들을 매일 보는 전문가 단체가 아토피 기능성화장품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보습력으로 증상이 개선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보습력이 뛰어난 것을 바를수록 자극이 된다. 제품이 허가되면 오히려 아토피피부염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가 공인한 제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의약품이 아니라고 꼬리표를 달아놓아도 사용될 것이고, 아무리 제도권 내에 포함해 단속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피부과학회 등은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철회하거나 모법인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를 통해서도 해당 시행규칙의 부당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식약처에서 전문가 단체의 반대와 대안을 무시하고 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제 아토피환자들이 반대한다. 이미 유사한 제품들로 제일 많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피부건강 수호차원에서 많이 노력했는데도 아직도 (식약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혜선 기자 lhs@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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