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15일 세포 검사 결과 기반 본격 조사…처분까지 상당 기간 소요 예정

20년간 1,100억원을 쏟아 탄생한 코오롱생명과학의 국산 29호 신약 '인보사'가 운명의 기로에 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정처분에 따라 인보사는 생명을 유지할 수도 2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어, 인보사가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식약처는 국내 판매된 인보사의 세포(제조용세포은행, WCB) 성분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다만 이는 향후 처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식약처가 수행할 수많은 조사의 시작 단계일 뿐이다.

식약처는 애초 연골유래세포로 신고된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 2액)가 어느 단계에서 신장유래세포(GP2-293, 이하 293세포)로 바뀌었는지, 293세포가 혼입된 과정에서 고의성은 없었는지 등을 하나하나 검증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체적인 검사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어 식약처가 직접 검사에 나섰다.

그 첫 단계로 WCB의 조상 격인 마스터세포은행(MCB) 분석을 위해 검체를 코오롱생명과학에 요청한 상태다.

만약 MCB 역시 293세포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처럼 인보사 TC를 만드는 초기 단계부터 세포가 혼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코오롱 최상의 시나리오, '허가 변경'…넘어야 할 산 많아

코오롱생명과학은 293세포가 '실수로' 혼입된 것이며, 그럼에도 해당 물질로 임상시험 등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으니 허가 취소 대상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만약 코오롱 측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식약처가 허가 취소라는 극단적인 처분을 내리진 않을 수도 있다. 허가 취소 처분은 당시 인보사를 심사했던 식약처에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다만 허가 변경이 내려질 수 있으려면 충족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현재 약사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의 등록, 변경 등록 또는 변경 보고를 한 경우 ▲원료의약품의 변경 등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줬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과 그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등에 해당될 경우 의약품 허가 취소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위의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 않아야 인보사는 허가 취소 처분을 면한다.

연구용세포은행(RCB)-마스터세포은행(MCB)-제조용세포은행(WCB)에 이르기까지 세포 성분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인보사에 293세포가 '실수로' 혼입됐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해야 한다.

지금까지 코오롱이 임상 및 허가를 위해 제출한 인보사 관련 자료에서도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위의 내용이 모두 입증되더라도 곧바로 허가 변경으로 결론날 지는 미지수다.

허가 취소 대상인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줬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293세포가 치료제로 쓰인 사례가 없으며, 인보사의 임상 데이터 외에 293세포의 안전성을 담보할 데이터는 없다.

HEK-293 세포가 기원인 293세포는 유산된 태아 신장 세포를 채취해 종양유전자(oncogene)를 발현시켜 암세포처럼 빠르게 증식할 수 있도록 형질전환 한 비정상 세포주다.

방사선 조사로 인보사의 안전성 위험이 매우 낮아졌다 하더라도 해당 세포를 체내 주입한 사례가 없어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실제 인보사 판매 중지를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됐다.

한 위원은 "우리가 이 세포에 대한 정체성을 100%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가 전제하고 있는 것이 맞는 상황에서 특이한 게 별로 없다면 우려사항은 아닐 수 있지만,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식약처는 허가 변경의 조건으로 인보사를 투여받은 모든 환자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와 함께 293세포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성 연구 자료를 코오롱에 요구할 수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역시 "아마 식약처로부터 293세포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을 요구받게 될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별도의 안전성 실험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악의 상황 '허가 취소' 가능성은?

식약처 조사에서 세포 성분이 혼재되거나 혼입 과정에서의 고의성 혹은 자료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즉각 허가 취소가 내려질 전망이다.

처음 임상과 허가를 받을 때 쓰인 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가 제조용에 쓰이는 등 세포가 뒤죽박죽 쓰였다면,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포 치료제에서 균일한 세포를 사용하는 것은 허가 이후에도 안전성 및 유효성이 일관됨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코오롱의 주장이 모두 사실로 받아들여지더라도 허가 취소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293세포의 오염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점, 15년간 해당 세포로 배양을 하면서 전혀 오염된 사실을 몰랐던 점, 293세포의 체내 투여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히 허가 변경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은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의 매일같이 세포를 들여다 볼 텐데, 아무리 세포 변형이 심하게 됐다고 해도 (293세포에) 오염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치료제 개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과연 회사를 믿고 허가변경으로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코오롱에 미치는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게 된다.

허가되지 말았어야 할 의약품을 투여 받았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또 해외 파트너사와 맺은 각종 인보사 계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인보사는 일본, 중국(하이난), 필리핀, 호주 등 16개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으며, 그 규모만 총 1조400여억원에 달한다.

현재 식약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처분 수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조사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인이 단순하다면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겠지만, 아직 어떤 것도 파악된 것이 없어 조사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과연 제대로 인보사 문제를 검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식약처는 강제조사권이 없어 대부분 코오롱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서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의성'에 대한 판단은 거의 코오롱의 자체 조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코오롱은 내부적으로 초기 인보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293세포가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회사에 치명적인 사실이 나와도 식약처에 공개가 될지는 물음표다.

이에 대해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자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미국 법인인 코오롱티슈진 역시 임상을 재개하려면 FDA에 모두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 기관의 조사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모든 자료를 숨김없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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