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손병관·정광현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이동식 차단막 같은 방호 장비 필요”

내시경 시술을 하는 의료인이 허용 수치 보다 높은 방사선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을지대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정광현 교수팀은 내시경과 방사선을 이용한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시행 시 의료인이 방사선에 피폭된 선량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술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ERCP 1289건을 시행하면서 의료인에게 발생한 누적 방사선 피폭량을 3개월 단위로 구분해 납차단막 안팎의 평균 누적 방사선량을 비교했다. 연구팀이 제작한 납차단막은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크기로 상단에 투명 납유리를 장착하고 하단에는 바퀴를 달았다.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정광현 교수팀이 제작한 이동식 차단막(제공: 을지병원).

분석 결과, 분기별(3개월) 평균 피폭량은 차단막 외부 26.85±3.47mSv, 차단막 내부 1mSv 미만이었다(p<0.001). 방사선 발생이 테이블 상부에 위치한 조영기구를 이용해 ERCP 128건 시술 시 1분기 30.69mSv, 2분기 25.89mSv, 3분기 23.96mSv로 총 누적 피폭량은 80mSv를 초과했다. 이번 연구에 시행된 동일 조건으로 연간 ERCP 250건을 시술한다면 연간 피폭량은 150mSv를 넘는다.

국제방사선방호위(IRCP)가 허용하는 방사선 종사자의 5년간 총 누적 선량은 100mSv 이하로 매년 20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 분기별로 계산하면 5mSv 이하이며 눈(수정체) 보호를 위해서는 연간 150mSv 이하로 권장한다.

연구팀은 “결과적으로 ERCP 시술 시 의료인의 피폭량은 연간 허용치보다 훨씬 높으며 이동식 차단막이 방사선 피폭을 현저히 차단한다는 효과를 입증했다”며 “평균적으로 대학병원급에서는 연간 ERCP 시술이 250건 보다 훨씬 많고 다년간 시술을 이어가고 있어 철저한 방사선 방호를 하지 못한다면 시술자들이 받는 방사선 누적 피폭량은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납안경, 납옷, 갑상선 보호대와 같은 개인 보호장비 착용은 필수”라며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더라도 몸 전체를 방어할 수 없으므로 이동식 차단막과 같은 방사선 방호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내시경 역행성담췌관조영술 시 시술자들을 위한 이동식 차단막의 방사선 방호효과: 준 실험적 전향적 연구(Radiation protection effect of mobile shield barrier for the medical personnel during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a quasi-experimental prospective study)’라는 논문으로 SCI급 BMJ Open저널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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